작년에는 사상 초유의 폭염으로 호텔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호캉스족이 급증하더니 올해는 달러 강세로 해외 여행객들이 주춤한 틈을 타 여름 휴가를 호텔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1년에 1~2번쯤은 나의 일상에서 벗어나 가까운 도심 속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는 일이 특정 계층에만 국한된 일이 아닌 것이 됐는데요. 아이가 있어 장거리 여행이 부담이 되는 젊은 부부들이나 빽빽한 학원 스케줄로 시간을 빼기 쉽지 않은 중·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족들은 아예 호텔을 여름 휴가지로 정해 3박 4일씩 호텔에 투숙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답니다. 이처럼 호텔이 목적지가 되는 ‘호텔 데스티네이션’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데요.
호캉스의 매력을 꼽자면 이상하게 숙면이 조성되는 침구류와 세상 맛있는 것이 다 있는 먹거리, 어디에서도 맡아보지 못한 그 호텔만의 향기, 엘리베이터만 타면 곧바로 펼쳐지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좋아하는 수영장 등 럭셔리한 호텔의 감성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2박3일, 3박4일의 럭셔리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지난밤 호텔에서의 투숙이 한 여름 밤의 꿈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마법이 풀린 신데렐라가 된 것처럼 말이죠.
호캉스는 단순히 호텔의 인프라 뿐 아니라 감성적인 부분까지 즐기는 것 인만큼 호텔에서 먹는 음식을 집에서 먹고, 호텔에서 자는 것과 같은 경험을 나의 보금자리에서도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이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다면 이번 여름 호캉스의 감성을 집에서도 만끽해 볼까요.
숙면의 비결
웨스틴조선 ‘캐나다구스’ 베딩 세트
시그니엘서울 ‘시몬스 뷰티레스트’
최고급 이불·베게·매트리스로 꿀잠
◇최상의 숙면을 위해 설계된 호텔 베딩=이상하게 호텔에서는 숙면을 취하게 됩니다. 호텔들이 그렇게 되도록 최고급 매트리스, 이불, 패드, 베개 등을 통해 온 몸이 잠에 푹 빠질 수 있도록 설계했으니까요. 머리를 푹신한 베개에 묻은 채 새하얗고 뽀송한 이불을 턱 아래까지 끌어 올려 덮고 구름 속에 파묻혀 있는 듯한 상상을 하다 몇 초안에 꿈나라로 떠날 수 있도록 말이에요.
호캉스에서 돌아오면 그래서 꼭 검색하는 것이 호텔 침구류죠. 저도 얼마 전 가을 침구류를 사기 위해 백화점을 찾았다가 신세계조선호텔 브랜드의 베딩 세트를 3개월 할부로 질러 버렸습니다. 베개는 매트리스 브랜드 템퍼에서 호텔의 그것과 유사하게 만들었다는 제품을 선택했습니다. 이불 하나 바꿨을 뿐인데 수면의 질은 향상된 것 같더군요. 저는 간절기용 대나무로 만든 이불과 패드를 샀지만 겨울에는 웨스틴조선호텔 프레지덴셜·로얄 스위트에서 사용하는 ‘캐나다구스 에델바티스트 두베’로 갈아탈까 고민 중입니다. 이 제품은 캐나다 청정지역에서 자란 캐나다산 구스를 보충재로 사용했으며 100수 이상의 원사로 섬세하게 가공해 최상의 품질로 알려진 에델바티스트 원단으로 제작해 따뜻하면서도 가볍다고 합니다. 더 플라자도 내년 상반기 거위털 100%와 순면, 최고급 패브릭 등을 사용한 침구세트로 이 대열에 합류합니다.
하룻밤을 자도 제대로 자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특급호텔들은 침대회사와 협력해 자체 매트리스도 내놓았습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천상의 편안함을 콘셉트로 탄생한 매트리스 ‘헤븐리베드’를 사용 중인데 세계 특허 포켓 스프링이 인체 곡선을 따라 따로따로 움직이며 완벽하게 받쳐주어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편안함이 특징입니다. 오래 전 오프라 윈프리가 줄리아 로버츠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잠자리를 가장 선호하냐고 물었을 때 ‘포시즌스 침대’라고 답해 화제가 된 적이 있죠.
호텔과 손잡은 대표적인 매트리스 브랜드로는 시몬스가 꼽힙니다. 시그니엘서울의 경우 1박에 2,000만원을 호가하는 로얄 스위트 룸에 ‘시몬스 뷰티레스트 블랙’이 비치돼 있죠. 올해 오픈 예정인 하얏트 호텔 계열의 안다즈 강남에도 시몬스 침대가 들어갑니다.
향기의 비밀
더 플라자 ‘유칼립투스향 디퓨저’
반얀트리서울 ‘아로마 테라피 키트’
시그니처향 PB상품으로 제작판매
◇어디서 맡아본 향기였더라=시청 앞 광장의 더 플라자 호텔에 들어서면 항상 기분이 좋아집니다. 강렬한 듯 은은한 듯한 매혹적인 유칼립투스향가 고객을 반깁니다. 워낙 향이 독특하고 신비로워 한번 맡으면 잘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홈힐링족들이 집에서 향 인테리어에도 관심을 쏟으면서 향초나 디퓨저에도 지갑을 과감히 열고 있는데요. 플라자 호텔은 호텔의 향을 집에도 느끼고 싶어하는 고객을 위해 플라자 시그니처 향을 직접 제조한 홈디퓨저와 차량용 디퓨저를 판매 중입니다.
더 플라자 내 PB상품 제작 및 판매 담당 관계자는 “최근 리빙과 한정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존 호텔에서 직접 이용하는 것을 넘어서 호텔의 가치를 집에서도 느끼고 싶어하는 고객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는 이탈리아의 유명 조향사 실레노 켈로니와 손잡고 출시한 ‘해비치 배스 어매니티’로 호응을 얻고 있는데요. 켈로니가 직접 제주 호텔을 찾아 제주 곳곳에서 느낀 곶자왈 숲의 향기와 해녀의 거친 숨소리가 담긴 바다 내음, 현무암, 감귤 등에서 영감 받아 향으로 표현했습니다. 앰버그리스, 우드, 베르가못, 만다린, 페퍼 등을 주원료로 사용해 시트러스 향의 샴푸부터 바디제품까지 5종으로 태어났습니다.
천연 스파 향으로 유명한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너도밤나무로 제작된 동그란 ‘차량용 아로마 테라피 키트’로 고객을 유혹합니다. 천연 원료로 제작된 에센셜 오일을 우드 볼에 떨어뜨린 후 부드러운 천으로 문질러 흡수시키면 풍부한 향이 오랫동안 지속되는데요. 라벤더, 오렌지, 로즈마리, 자몽 향이 차에 퍼지면서 스파 공간에 있는 듯 마음을 편하게 해주지요.
맛의 비법
조선호텔 김치 백화점 식품점 진출
바디감 풍부 ‘시그니엘123’ 커피
‘파르나스 소시지’도 안방서 맛봐
◇김치도 ‘호텔 금치’=호텔에서 맛보던 식문화도 이젠 집에서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호텔 식품의 가장 큰 매력은 믿을 수 있는 최고급 식재료입니다. 명품 김치 시장을 연 조선호텔 김치는 백화점이나 SSG 푸드 마켓에서 살 수 있는데 깔끔한 맛 뿐 아니라 정갈하게 포장된 덕분에 김치냉장고에서 꺼내먹을 때도 기분이 좋습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배추, 파, 총각, 나박물, 백김치와 오이 소박이, 깍두기 등 총 10종의 김치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열무 물김치와 갓김치는 각각 여름과 겨울에만 한정으로 선보입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150g, 300g 사이즈의 소포장도 있답니다.
건강한 소시지를 원하시면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선보인 소시지는 어떨까요. 경북 문경의 약돌 돼지를 100% 사용하고 너도밤나무 훈연칩을 통해 소시지 특유의 풍미를 잘 살려낸 간장 소시지는 높은 염도 때문에 소시지를 꺼려하는 고객을 위해 염도를 30분의 1수준으로 확 낮췄답니다. 올리브유 소시지는 일반 제품 보다 칼로리가 10분의 1이 낮고 돼지비계 대신 식물성 액체유인 올리브유로 대체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추천할 만합니다.
◇호텔 티&커피를 거실에서=호텔 라운지에서 마시던 커피 맛을 잊을 수 없다고요. 호텔의 자체 커피 상품을 거실에서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구어메 하우스 로스트’는 브라질 아라비카 커피 50%, 엘살바도르산 아라비카 40%, 인도네시아산 로브스타 10%로 블렌딩 돼 대중적인 맛을 지니고 있죠. 롯데 시그니엘서울은 미쉐린 3스타 셰프 ‘야닉 알레노’가 직접 블렌딩한 로열티를 준비했습니다. 달큰한 시나몬 향과 배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후발효차로 오설록에서 엄선한 제주 찻잎으로 만들었죠. 시그니엘의 시그니처 블렌딩 커피 ‘시그니엘 123’도 유명합니다.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케냐, 과테말라 등 세계적인 커피 산지의 최상급 원두 8가지를 블렌딩한 이 커피는 은은한 초콜릿향과 쌉싸래하면서도 풍부한 바디감이 매력이죠.
서울신라호텔이 영국의 티 브랜드 ‘티 메이커스 오브 런던’과 손잡고 선보인 ‘스페셜 신라 블렌드’는 입소문 덕에 구하기 어려운 제품이 되었습니다. 국내 차 애호가들은 영국을 방문하거나 해외직구로 구매하던 티 메이커스 오브 런던을 신라에서 만날 수 있게 된 덕분이지요. 특히 신라호텔에서만 만날 수 있는 ‘스페셜 신라 블렌드’는 상큼한 과일 향과 동양적 향을 담고 있는 대추, 생강이 첨가돼 은은한 풍미가 희소 가치를 더해 완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