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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업현실 고려없는 대법 판결 아쉽다

대법원이 29일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사실상 유죄 확정판결을 내렸다. 외형상 뇌물죄를 따로 선고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 환송했지만 내용상 원심의 유죄판단을 모두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원심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내려보냈다. 대법원은 정유라의 말 구입액 34억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을 뇌물로 추가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뇌물액이 2심보다 늘어 파기 환송심에서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대법원의 판단은 몇 가지 면에서 아쉽다. 우선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가 없다는 항소심 판단을 배제했다. 법조계 등에서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증거재판주의가 무너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권력에 맞서기 힘든 기업의 처지를 더 폭넓게 고려하지 않은 점도 그렇다. 무엇보다 삼성의 핵심경영진에게 뇌물죄가 덧씌워져 글로벌 경영 타격과 함께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미칠지 않을지 우려된다.

지금 한국 경제는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겹쳐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다. 수출·투자·고용 어느 것 하나 양호한 게 없을 정도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 아래로 예측한 기관만도 골드만삭스 등 11곳에 이른다. 기관들의 전망이 아니더라도 국내 경제사정은 이미 심각하다. 7월 실업률(3.9%)은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실업급여 신청자(10만1,000명)는 10만명을 훌쩍 넘었다.



가뜩이나 기업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삼성의 역할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삼성이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차대한 위상을 고려할 때 소재·부품 국산화는 물론 미래산업의 선도자로 나서야 한다는 기대도 높다. 이런 시기에 국내 간판기업 최고경영진의 운신폭이 좁아지는 일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환송심에서라도 이런 국민들의 염려를 감안해 법리와 증거에 따라 신중한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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