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호텔 델루나’(극본 홍정은, 홍미란 / 연출 오충환, 김정현 /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지티스트)에서 서로 다른 비밀을 갖고, 각자의 한을 풀기 위해 호텔리어로 근무 중인 바텐더 김선비(신정근), 객실장 최서희(배해선), 프론트맨 지현중(표지훈) 그리고 인턴 유나(강미나). 종영까지 단 2회만을 앞둔 가운데 호텔리어 4인방이 진정한 힐링을 찾아가는 과정이 마지막까지 기대를 모은다.
이승에 대한 김선비, 최서희, 지현중의 집착은 남달랐다. 천 년 넘게 고약하게 서 있기만 했던 월령수와 장만월(이지은)의 마음에 잎이 돋아나자, 그녀 덕에 델루나에 있을 수 있던 자신들까지 떠나야 할까 두려워했고, 99번째 인간 지배인 구찬성(여진구)을 내쫓기 위해 계획을 세우기 바빴다. 그때 이들에게 찬성은 동료가 아닌, 스쳐 지나가는 인간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난 14회 동안 이들은 변화했다. 어느새 찬성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언제나 셋이 뭉치던 순간에도 그와 함께하기 시작했다. 죽은 줄 알았던 찬성이 무사히 돌아왔을 땐 “콧물이요”라고 변명하긴 했지만, 사실 눈물을 흘릴 정도로 살아 돌아왔음에 안도했다. 특히 찬성을 돕고 만월의 소멸을 막기 위해 귀벤져스로 뭉쳐 원귀 설지원(이다윗)을 잡은 사건은 찬성의 따뜻한 심성으로 인한 세 사람의 변화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낸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가 이들의 힐링의 순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먼저, 집안의 대를 잇는다는 명목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죽어야 했던 딸아이로 인한 한을 품은 최서희. 그 집안의 씨가 마를 때까지 200년 동안 델루나를 떠나지 못했던 이유였다. 마침내 그 집안의 마지막 아이를 임신하고 있던 여자가 유산할 상황에 놓였다. 그대로 두면 여자는 아이를 잃고, 최서희는 한을 풀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그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괴로웠고, 아이가 사라진다고 자신의 한이 풀리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70년 만에 유나라는 첫 사랑이 시작된 지현중에게도 어둠이 드리우고 있었다. 여동생과 함께 가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녀가 많이 아팠다. 유나에게 “나는 곧 갈거야. 내 시간이, 살아 있는 너랑 같이 흐를 수는 없어”라는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슬퍼보였다. 게다가 여동생 곁에는 지현중의 이름을 한 오라버니가 있어 의문을 자아냈다. 지현중은 이미 죽었는데, 같은 이름을 하고선 진짜 지현중처럼 살고 있는 사람이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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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밝혀지지 않은 김선비와 집안의 대가 끊긴다고 자신의 한이 풀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최서희, 70년 만에 시작된 첫 사랑과 동시에 곧 떠나야 할 지현중과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유나까지. 이들의 진정한 힐링을 바라게 되고, 이들의 변화를 끝까지 지켜보고 싶은 이유는 캐릭터의 매력을 극에 오롯이 담아낸 배우들 덕분이었다.
장원급제한 선비출신 바텐더라는 모순적인 캐릭터를 재치 있는 연기력으로 소화하며 매 순간 깨알 웃음을 선사했던 신정근, 탄탄한 연기력으로 언제나 침착하고 감정기복이 크지 않는 최서희를 흥미로운 캐릭터로 탈바꿈한 배해선, 특유의 소년미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은 표지훈, 적극적이고 당찬 모습부터 수줍은 소녀의 모습까지 반전 매력을 선보인 강미나. 이들이 보여준 유쾌한 연기와 찰떡 호흡은 매회 휘몰아치는 전개 속에서 깨알 재미를 책임졌다.
서로 다른 비밀을 갖고 모였지만, 어느새 누구보다 서로를 위하게 된 신정근, 배해선, 표지훈, 강미나의 마지막 활약과 힐링이 기대되는 tvN ‘호텔 델루나’ 매주 토, 일 밤 9시 방송.
최재경 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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