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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디지털로 나를 알리다 …명함의 진화

 고대 나무판자에 몸 빌려 태어나

 시간이 흐르며 종이에 둥지 틀어

 4차산업혁명시대 맞아 환골탈태

 시·공간 제약없는 디지털로 전환

 인맥관리·정보 전달력 업그레이드





나는 고대 중국에서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리기 위해 나무판자의 몸을 빌려 태어났습니다. 지역에 따라 대나무를 활용하기도 했지요. 여기에는 관직이나 작위, 출신 지역, 이름 등을 담았습니다. 그때는 내 몸집도 무척 컸답니다. 길이가 24.8㎝, 폭은 9.5㎝, 두께는 3.4㎝에 달했지요. 지금 중국에서 나를 ‘명편(名片)’으로 부르는 것도 나무판자에 적었던 때를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시간은 흘러 종이가 생활을 파고들면서 나는 종이로 몸을 바꿨습니다. 그 옛날에도 붉은 종이에 금 먹으로 자신을 담아 과시하던 이들도 있었죠. 마치 지금 당신의 지갑에 담긴 내가 캐리커처와 눈에 띄는 문구, 튀는 색상으로 주인을 알리는 것처럼 말이에요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인들은 톡톡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의 미색 고급지가 아닌 투명한 필름이나 칠흑처럼 까만 종이로 나를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오랜 벗인 종이에만 담겨 있지는 않습니다. 디지털로 전환된 나는 이제 어디에든 머물 수 있고 어디로든 갈 수 있죠. 나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99.9%의 정확도로 주소록에 옮겨주는 편리한 서비스도 생겼습니다. 자그마한 서류철에 여러 사람으로부터 받은 나를 정리해두던 시절도 추억이 됐습니다. ‘국민 애플리케이션’으로 떠오른 리멤버에는 상위 1%에 해당하는 회원의 경우 나를 무려 평균 1,409장이나 보유하고 있다고 하네요. 한 권당 많아야 나를 300~500장 끼워 넣을 수 있는 명함첩과는 많이 다르죠.



오프라인에 묶이지 않은 나는 자유롭게 날아다닙니다. 비록 주인이 한국에 살더라도 사업상 필요한 상대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국경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아요. 미국과 베트남·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 e메일에 붙여만 준다면 못 갈 곳이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인이 누군지를 보여주고 동시에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핵심적인 기능은 오히려 강력해졌습니다. 나무나 종이 같은 한정된 틀에 갇혀 있던 과거와 달리 나는 누군가의 학력과 업무능력 등 다양한 정보를 살뜰하게 담을 수 있는 이력서로까지 영역을 확장했기 때문입니다.

내게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한 기업인들도 많습니다. 세계 최대 글로벌 비즈니스 인맥 사이트 링크드인도 넓게 보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던 나의 본래 기능에서 출발한 사업이죠. 많은 사용자가 현재보다 미래에 주고받을 나를 위해 링크드인을 사용한다는 것도 재미있는 점입니다. 또 오프라인 네트워킹에서 활발하게 주고받는 나를 매개로 비즈니스 네트워킹 서비스를 만든 기업인도 있습니다. 리멤버 커리어는 우수 경력직을 채용하려는 기업을 위해 연관 회사와 직무·업종 등으로 인재를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지요. 공개적으로 내가 어디에 다니는 누구라고 밝히는 것을 꺼리는 아시아 문화를 활용한 것이라는데, 나의 인기는 기원전부터 21세기까지 현재진행형입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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