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경제타격에 결국 백기…민주화 요구 확대로 정국혼란 지속될듯

■홍콩 범죄인 송환법 철회

람 장관, 관광객 줄고 자금유출 급증하자 큰 부담

"섣불리 추진해 反中 정서 키웠다" 중국서도 불만

홍콩 시민들이 4일 오후 길거리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캐리 람 행정수반이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홍콩=AFP연합뉴스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4일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철회를 선언한 것은 3개월째 계속돼온 대규모 시위사태가 홍콩 경제에 초래한 타격을 버틸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야당 인사들에 이어 홍콩 경제인들도 정부의 양보를 요구하는데다 홍콩에서 자금이 유출되기 시작하자 결국 굴복한 것이다. 다만 이미 홍콩 사태가 송환법 차원을 넘어 반(反)중국·민주화 전반으로 확대된 상태라 당분간 정국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람 행정장관은 이날 오후 TV연설을 통해 “송환법이 불러일으킨 혼란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송환법 철회를 공식 선언했다. 람 행정장관은 2주 전인 지난달 24일 홍콩의 정치인, 전직 고위관료 등 19명의 홍콩 유력인사들과 만나 시위대처 방안 등을 논의했는데 절반이 넘는 참석자들이 송환법 공식 철회 등 시위대 요구를 일부 수용할 것을 촉구하자 마음을 굳혔다고 SCMP는 전했다.

송환법에는 홍콩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대만 등의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홍콩 야당과 재야단체는 이 법안이 시행되면 중국 본토로 인권운동가나 반정부인사 등이 인도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람 행정장관은 송환법 반대시위가 격화하자 이 법안을 보류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송환법은 죽었다”고 선언했으나 시위대는 회피성 발언이라면서 시위 규모를 더욱 키워왔다. 2일부터는 학생들의 동맹휴업과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시작돼 사흘째 이어졌다. 현재 경찰에 체포된 학생과 시민은 1,100명을 넘어선 상태다.



람 행정장관의 굴복에는 시위로 금융허브로서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관광객 유입이 급감하고 자본의 해외이탈이 늘어난 가운데 홍콩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당초 ‘2∼3%’에서 ‘0∼1%’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사실상 경제성장이 멈춘 것이다.

중국의 불만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중국은 람 행정장관이 섣불리 송환법을 추진해 오히려 홍콩 내에서 반중 정서를 키웠다고 불만을 표시해왔다. 중국 정부가 람 행정장관 지지를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최근 사태가 일단락될 경우 사퇴를 요구할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송환법 철회 카드가 시위 사태를 당장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초 송환법에서 시작된 시위가 홍콩 민주화 전반에 대한 요구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2014년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너무 부족하고 너무 늦었다”고 비난했다. 다른 시민들도 나머지 5대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홍콩 시위대는 송환법 공식 철회와 함께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5대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TV연설에서 람 행정장관이 “송환법 철회 외에 다른 네 가지 요구사항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혀 갈등은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역시 홍콩 시위가 반중국·민주화 운동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압력을 가하기 위해 인근 광둥성 선전에 대규모 중국군 병력을 배치해놓은 상태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홍콩 사태와 무역협상을 연계해 중국이 무력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l.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