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섬나라 바하마에서 초강력 허리케인 도리언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의 수가 20명으로 늘었다.
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두에인 샌즈 바하마 보건장관은 이날 밤까지 “아바코섬과 그랜드바하마섬에서의 사망자 수가 20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샌즈 장관은 아바코에서 17명이, 그랜드바하마에서 3명이 각각 숨진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수색·구조 작업과 침수된 가옥에 대한 조사가 이제 막 시작됐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정확한 피해 상황이 파악되면 사상자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1일 최고등급인 5등급의 위력을 지닌 채 바하마에 상륙한 도리언은 만 이틀 가까이 바하마를 할퀴고 갔다. 최고 풍속은 시속 297㎞에 달해 이 나라에 상륙한 대서양 허리케인 중 최강급이었다. 그랜드바하마섬 프리포트 지역에 사는 해양 생물학자 게일 원은 “이 지역의 집들은 시속 150마일(241㎞)의 바람에 버티도록 지어졌다”면서 “(버틸) 가망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7만명이 거주하는 아바코와 그랜드바하마에선 전체 가옥의 절반 가까이가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허버트 미니스 바하마 총리는 “우리는 지금 바하마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한가운데 있다”며 생존자 구조와 피해복구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도 바하마에서 7만 명이 긴급 구호를 필요로 한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이날 바하마에 도착한 마크 로우콕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차장은 바하마의 피해 규모가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약 7만명이 물, 식량, 의약품 등 즉각적인 구호가 필요한 상황에 놓였다고 전했다. 유엔은 100만 달러(약 12억원) 상당의 구호 자금을 바하마 정부에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로우콕 사무차장은 “인구의 20%가 단번에 이처럼 심각하게 영향을 받은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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