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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통해 세상읽기] 삼중(三重)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진짜·가짜 구분하는 '중용의 삼중'

6단계 절차 거칠 정도로 엄격·철저

장관 후보자 자질·도덕성 검증 기준

사회적 합의돼야 소모적논쟁 막아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요즘 정계만이 아니라 시민들 사이에서도 정부 부처에 일한 고위공직자의 인사청문회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언론은 연일 여론 조사를 실시해 국민들의 향배가 어디로 쏠리는지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인사청문회 시즌이 되면 ‘혐의’를 두고 다양한 풍경이 그려진다. 희망사항을 반영하는 묻지마 폭로에서부터 개연성을 가진 합리적 의심 그리고 상당한 증거를 가진 치명적 공격 등이 두루 나타난다. 여러 갈래의 주장이 뒤섞여 있다 보니 허위와 진실의 판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특히 유튜브를 비롯해 개인방송 등 언론 매체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팩트 체크’가 절실하다. 자칫하면 허위 정보를 바탕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할 유능한 인재를 잃을 수도 있고 증거를 찾지 못해 흠결 있는 후보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할 수 있다. 제자백가가 활약할 당시에도 진가(眞假), 즉 진짜와 가짜의 분별이 아주 중요한 담론으로 등장했다. 이를 반영하듯 묵자는 일찍이 삼표(三表)라는 세 가지를 제시한 적이 있다. 과거 성왕의 언행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는 근거가 첫 번째 기준이고 백성들이 신뢰하느냐를 따져보는 여론이 두 번째 기준이고 어떠한 실제적 결과가 있을지 살피는 효용이 세 번째 기준이다.



이러한 기준의 문제는 비단 ‘묵자’에게만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원래 ‘예기’의 한 편으로 있던 ‘중용(中庸)’에 보면 ‘삼중(三重)’이 나온다. 이 삼중도 따지고 보면 결국 진실과 의혹을 가리는 기준과 관련이 있다. 삼중은 의례·제도·문화(기록)를 가리킨다. 다시 이 삼중은 세 시대가 다르다. 가장 고대의 삼중은 다들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증거가 부족해 믿기가 어렵고 현실의 삼중은 신뢰도가 낮아서 믿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중용’에서는 고대와 현실의 삼중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군자가 제시하는 삼중을 제안한다. 군자의 삼중은 고대와 현실의 삼중에 비해 믿을 만한 특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뿌리를 두고 서민에게 타당성을 검토해 보고 이상적 군주의 언행에 비춰 봐서 잘못이 없는지 살펴보고 하늘과 대지에 적용해 봐도 어긋나지 않고 귀신에게 문의해 바로잡아 의심이 생기지 않고 백세 이후 성인을 기다려도 문제점이 없다(본제신本諸身 징제서민徵諸庶民 고제삼왕이불류考諸三王而不謬 건제천지이불패建諸天地而不悖 질제귀신이무의質諸鬼神而無疑 백세이사성인이불혹百世以俟聖人而不惑).”



군자의 삼중은 6단계의 절차를 가질 정도로 엄격하고 철저하다. 제일 먼저 자기 자신의 검증을 통과하고 다음으로 서민의 눈으로 보는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세 번째로 삼왕이라는 한 민족이 축적해온 문화 전통의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로 천지와 귀신의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에 출현할 성인의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군자의 삼중은 과거·현재·미래에서 의문을 제기하더라도 의혹이 남지 않아야 할 정도로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로써 ‘중용’이 왜 찬란한 기억을 가진 고대의 삼중과 지금 많이 사람들이 알고 있는 현실의 삼중을 넘어 군자가 제시하는 삼중을 기준으로 삼는지 수긍이 갈 만하다.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중용’에서 말하는 군자의 삼중이 엄격하고 철저하더라도 오늘의 상황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중용’에서 말하는 천지와 귀신 그리고 미래의 성인까지 인사청문회의 기준으로 설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도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할 때 허용되는 기준과 관련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 환경이 달라질 때마다 책임지는 국정 수행보다 인사청문회 검증을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지속적으로 벌일 수밖에 없다. 소모적인 논쟁은 합리적인 대화와 소통보다 믿고 싶은 대로 믿는 확증편향을 낳고 확증편향의 증대는 나와 다른 것을 포용하기보다 배제하는 성향을 강화할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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