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주요 연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올해 한국 성장률을 2.0%에 미치지 못하는 1.9%로 전망했다.
이는 정부가 예상하는 2.4~2.5%, 한국은행이 전망하는 2.2%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한경연은 8일 경제 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을 기존 2.2%에서 0.3%포인트 낮춘 1.9%로 수정했다.
한경연은 “지난해 경제성장을 견인한 수출의 급격한 감소가 올해 성장 흐름 악화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며 “미중 무역갈등 격화, 글로벌 경기 하강에 따른 수출상대국들의 성장률 둔화,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 증폭 등이 수출 급감의 주요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극심한 건설·시설투자 부진과 민간소비 둔화 역시 성장 전망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며 “건설투자는 정부의 부동산 억제 정책과 추가적 규제조치에 따라 둔화폭이 -4.5%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2.5%)보다 0.4%포인트 내린 2.1%로 제시했다.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일본의 무역보복 등 대외여건 악화로 인한 내수·수출 부진을 반영해 성장률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연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했음에도 민간 부문이 반응하지 않으면서 경기 침체 국면이 장기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연구기관들이 잇따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나선 것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조차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를 강조할 만큼 경기 둔화세가 확연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개최 후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중앙은행 수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R의 공포’가 부쩍 늘어났다”고 직접 경고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다수가 수출 및 투자가 동시에 감소하는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이미 1%대로 끌어내렸지만 국내 기관들은 정부 눈치를 보며 성장률 하향 조정을 망설여왔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7월 초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8%로 0.4%포인트 낮췄고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중순 2.2%에서 1.9%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경제 전망을 총괄하는 한은 수장이 지속적인 경기 둔화를 인정하자 일주일여 만에 국내 연구기관도 해외 IB들에 이어 전망치 하향 수정 대열에 가세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경연과 현대연에 이어 LG경제연구원이 조만간 성장률 전망치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성장률 전망치 하향이 시간문제로, 그 폭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영민 LG경제연구원장은 지난달 23일 기자들을 만나 “불확실성도 높고 불가측한 일이 계속돼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 내외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혀 1%대 성장률 제시 여부를 고민 중임을 시사했다.
경제 전문기관들의 성장률 전망치가 도미노로 무너지면서 한은은 다음달 16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1.50%)를 0.25%포인트 인하하며 경기 대응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일본과의 경제전쟁이 지속되면서 성장세에 본격적인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8일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미 금리가 낮은데다 천문학적인 가계 부채 문제를 고려해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대연은 이날 “통화정책의 경우 ‘유동성 함정(저금리에도 소비와 투자가 늘지 않는 현상)’에 빠져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철·박효정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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