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문재인케어)로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급증한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비급여가 증가해 손해율이 급증했고 이를 근거로 보험사가 보험료 인상을 주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손해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해 보장성 강화정책 때문이라는 보험업계의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
현행 실손보험의 손해율 증가는 실손보험의 상품구조, 보장범위, 손해율 산정방식에 내재된 문제점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첫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비급여 규모를 크게 감소시켰다. 문제는 실손보험의 상품구조에 있다. 실손보험이 의학적 필요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비급여를 보장해주기 때문에 과잉진료를 통해 비급여 이용량이 증가한다. 또 의료기관이 불필요한 수요를 유인해 의학적 필요성이 낮은 의료를 늘리는 왜곡이 나타난다. 이는 실손보험료를 인상시키고 전체 국민의료비를 증가시켜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가게 한다. 모든 비급여를 제한 없이 보장하는 실손보험의 상품구조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 비급여 진료비를 표준화하고 실손보험의 보장항목을 보건당국이 국민과의 합의를 통해 결정하는 체질개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실손보험이 건강보험 법정본인부담금까지 보장하기 때문에 가입자의 의료비용에 대한 인식을 떨어뜨리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에 법정본인부담금을 도입한 목적은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의료비 부담을 갖게 해 합리적인 의료이용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실손보험이 최대 100%까지 보장함에 따라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적 안전장치가 무력화되고 있다. 실손보험 가입자의 의료비 부담이 거의 없어 의료이용량이 극대화되고 이것이 공보험 재정과 실손보험 손해율 모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법정본인부담금이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에는 공보험에서 본인부담상한제를 통해 환자를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실손보험 손해율을 낮추고 가입자의 합리적 의료이용을 유도할 수 있도록 이참에 법정본인부담금 보장을 금지하고 비급여 진료비 항목에 대한 보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에서도 공보험의 법정본인부담금을 민영보험에서 보장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민영보험은 비급여 진료비 보장에 주력하고 있다.
셋째, 실손보험 손해율의 근본적인 문제는 손해율 산정방식에 있다. 보험사는 손해율이 130%에 달하기 때문에 실손보험을 팔면 팔수록 손해라고 주장한다. 보험료로 100원을 받아 130원을 보험금으로 내줬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현재 보험사가 발표하는 손해율의 분모가 되는 수입보험료에는 모집인 수수료, 광고, 영업이익으로 구성된 부가보험료가 제외돼 있고 보험사들은 실손의료보험의 부가보험료 규모에 대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즉, 보험사가 거둔 보험료에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사 빼곤 아무도 모를 부가보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서 손해율이 산출되고 있다. 이는 이해하기 힘든 자의적 방식이다. 과연 이러한 방식을 계속 허용할 것인지 금융당국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보험사가 보험료 인상을 하고 싶다면 최소한 원가계산에 기반한 손해율 산정방식으로 일반국민 누구나 공감할 만한 정확한 손해율 산정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원가기반의 손해율 산정방식은 미국·프랑스·독일 등 외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최근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문재인케어 시행으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증가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손의료보험의 문제점은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돼야 할 것이다. 이번을 계기로 보건당국과 금융당국이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대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을 거친다면 훨씬 더 합리적인 개선방안이 나오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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