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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잘 나가던 정당의 종말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英토리당 의원21명 무더기 제명
개방-폐쇄로 당분열 위기 불러
자유시장 옹호 보수당 종말 징후

  • 2019-09-09 17:23:22
  • 사외칼럼
[해외칼럼] 잘 나가던 정당의 종말

현대사를 통틀어 영국 보수당만큼 성공한 정당은 아마도 없을 터다. 보수당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영국에서 첫 번째 보통선거가 실시된 1929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90년 가운데 거의 60년간 집권당의 지위를 누렸다. 그러나 이번주 우리는 보수당의 종말이 시작되는 역사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오랜 전통을 지닌 대다수 정당들이 그렇듯, 영국의 토리당(보수당) 역시 오랜 시간 숱한 당내 파벌과 이념을 수용하면서 성장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정당들은 앞다퉈 자유시장과 전통적 가치 옹호를 새로운 정치적 기치로 내세웠으며, 이런 추세는 윈스턴 처칠 이후 가장 강력한 총리로 꼽히는 마거릿 대처 시절에 정점을 이뤘다.

자유시장 지향성은 일리가 있다. 20세기 후반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충돌이라는 거대한 이슈에 지배됐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정당들은 경제와 관련한 국가의 역할이라는 중심 이슈를 기준으로 이념적 스펙트럼의 양극인 ‘좌’와 ‘우’로 갈라섰다. 미국의 경우 민주당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북부의 진보주의자와 남부의 분리주의자 모두를 아우르고 있었지만, 경제에 관한 국가의 개입 필요성에는 내부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무역과 테크놀로지, 이민 문제에 이르기까지 개방 확대를 추구하는 세력과 이에 맞서 더 많은 무역장벽과 보호주의 및 규제를 원하는 집단 사이의 이른바 ‘공개·폐쇄’의 기준을 좇아 구분된 새로운 이념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미래의 정당들 역시 이 같은 새로운 스펙트럼을 따라 자리 잡게 될 것이다.

2명의 노동당 총리와 3명의 보수당 총리 등 5명의 전현직 영국 총리들을 살펴보면 구질서의 붕괴를 확연히 볼 수 있다. 이들 5명의 총리는 재임 시 하나같이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를 지지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EU에 그대로 남아있기를 원했으나 자신의 의사와 다른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자 유권자들의 뜻에 따라 EU에서 탈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현 총리인 보리스 존슨은 토리당을 다시 브렉시트 지지 정당으로 돌아서게 만들었고 이번주에는 새로운 당론에 반기를 든 21명의 중견 의원들에게 제명처분을 내렸다.

정치 평론가들은 이번 사태를 1846년 당시 보수당 소속이었던 로버트 필 총리가 자유무역 의제를 무리하게 추진해 토리당의 분열을 초래한 사건에 비유한다. 보수당은 이 사건으로 한 세대 동안 집권당의 지위를 회복하지 못했다. 완벽한 비유란 없지만 미국의 휘그당이 노예제도를 둘러싸고 그랬듯, 대형 이슈로 인해 당이 분열되면 해당 정당의 정치적 기반과 선거 승리 가능성은 줄어든다. 휘그당도 밀러드 필모어가 1853년 백악관을 비운 후 단 한 명의 대통령도 추가하지 못했다.

물론 모든 상황이 개방·폐쇄 스펙트럼 위에서 깔끔하게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브렉시트의 주요 지지자들 중 상당수는 자유시장의 강력한 옹호자로 ‘글로벌 브리튼(세계화된 영국)’을 원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자유무역을 옹호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지대 가운데 하나이자 영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EU 탈퇴를 지지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새로운 토리당 지도부의 견해가 무엇이건,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졌을 뿐 아니라 본질적으로 새로운 토리-브렉시트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대체로 닫힌 이념을 수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외국인들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런던과 자국 내 다른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세계화된 영국’에 혐오감을 표출한다. 그들은 이민과 다문화주의의 축소를 원한다.

보다 더 촌스럽고 전통적이며 나이 든 백인들이 주축을 이룬 이 같은 닫힌 이념의 수용자들은 그들이 성장기를 보낸 구시대의 영국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물론 미국도 유사한 선거구를 갖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원들 중 상당수는 자유시장주의자이지만 그의 핵심 지지층은 대체로 브렉시트 지지자들을 움직인 동력인 의심과 열정에 의해 활성화된다. 트럼프는 자유시장을 지지한다고 우기지만 1930년의 스무트홀리법 이후 최고 관세를 부과한 인물이다.

앞으로 공화당이 마주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미래는 교역 및 이민 제한과 거대 첨단기술업체들을 향한 적대감 등 유권자들의 기호에 장단을 맞추는 정당이다. 영국의 보수당뿐 아니라 노동당도 문제투성이다. 노동당은 꾸준히 좌측으로 움직였지만 아직도 EU에 회의적인 구성원들을 그대로 끌어안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노동당은 아마 친유럽 쪽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자유민주당과 함께 새로운 ‘개방형’ 다수당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미국의 민주당 역시 무역을 둘러싼 내부 이견부터 해소해야 한다. 민주당원들 상당수는 무역 문제에 관한 한 트럼프 못지않은 보호주의자들이다. 그러나 현재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제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일종의 징후다.

세계에서 가장 견고한 정당들이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균열은 우리가 정치적 혁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떠올리게 하는 확실한 징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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