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4월, 최전성기에 올라 있다고 평가받는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가 비엔나와 파리, 런던을 잇는 짧은 리사이틀 투어를 가졌다. 반주를 맡은 피아니스트는 2015년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중 처음으로 우승한 조성진이었다. 조성진의 첫 리트(가곡) 반주이기도 했다. 조성진의 반주에 대해 ‘너무나도 능수능란한 피아노에 풀 편성 오케스트라 반주에 대한 바램은 순식간에 사라졌으며, 괴르네의 목소리와 피아노는 꼭 맞아 떨어졌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궁금증을 키웠던 두 사람의 무대가 한국에서도 펼쳐질 예정이다. 오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괴르네와 조성진이 함께하는 특별한 무대를 만날 수 있다.
내한 공연을 앞두고 최근 e메일을 통해 만난 괴르네는 조성진에 대해 “인생에서 발견한 가장 유니크하고 환상적인 연주자 중 하나이며 인간으로서도 그렇다”고 평했다. 그는 “2년전쯤 파리에서 제 공연을 보러온 조성진을 처음 만나 같이 공연을 해보자고 제안했다”며 “그 이래로 멋진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조성진과의 합은 완벽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괴르네는 당대 가장 뛰어난 피아니스트를 파트너로 선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알프레드 브렌델, 엘리자베스 레온스카야,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등과 호흡을 맞췄으며 최근에는 다닐 트리포노프와 한 무대에 섰다.
조만간 두 사람이 함께 녹음한 앨범도 나올 예정이다. 녹음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묻자 괴르네는 “즐거웠고 환상적인 시간이었다. 그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며 “레코딩은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적절히 감정을 나누면서 서로 마음을 열고 진행했다. 이틀 정도 리허설을 하고 녹음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괴르네가 고른 슈베르트 가곡들로 이뤄진다. 괴르네에게 슈베르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그는 1987년부터 10년에 걸쳐 슈베르트 성악곡 전곡을 녹음했다. 그 중 ‘겨울 나그네’로 1997년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베스트 음반상’을 수상했다. 이를 계기로 괴르네는 성악계의 신성으로 부각됐으며 독일 리트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그의 어둡고 깊은 음색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과거 내한에서 부르지 않았던 리트들을 중심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괴르네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슈베르트의 곡들을 소개하고 싶었다”며 “슈베르트는 500곡 넘게 작곡했지만 사람들이 아는 곡은 50~60 곡밖에 안 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슈베르트는 사람으로 사는 것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해준다”며 “우리 존재 자체와 우리가 이루지 못하는 열망 등을 가장 독창적이고 천재적인 방식인 슈베르트의 음악을 통해 접할 수 있다. 관객들도 그 부분을 함께 느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괴르네는 5년 안에 은퇴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나이가 들면 노래하기가 어려워진다”며 “5년쯤 후면 35년의 커리어를 갖게 될 테고,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때까지 특별히 변하는 것 없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계속해서 공연하는 것이죠. 은퇴 후에는 오페라하우스나 페스티벌을 운영하고 싶어요.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유럽 어디에선가 가능한 곳을 찾아봐야겠죠.”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