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에 대화 용의를 밝힌 지 10시간도 안 된 10일 무력 도발에 나선 것은 9월 하순께로 예상되는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체제안전 보장이나 제재 완화 등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발사된 미상의 발사체가 ‘초대형 방사포’ 또는 지난 7월 공개된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로 추정되는 만큼 주한미군을 직접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7·8월 발사한 4종의 신무기 중에서 사거리가 400여㎞면서 내륙관통 시험발사를 실시하지 않은 소위 북한판 에이태킴스와 지난달 24일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이 최근 미사일 연료방식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꿔 발사 시간을 효과적으로 단축해 기습능력을 강화함에 따라 미군의 사전탐지가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조야에서도 북한의 신형 미사일 개발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북한의 미사일 역량이 미국의 한반도 방어 능력을 압도하고 주한 및 주일 미군기지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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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가에서는 북한이 화전양면 전술을 펼치는 것은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임박한 증거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전날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에 9월 하순께라는 분명한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한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이던 양측이 비핵화 협상에 속도를 내는 것은 연내라는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년 11월 재선이라는 가장 중요한 정치 일정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이 해를 넘길 경우 대북정책 실패에 대한 비난 여론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최 부상의 제안을 과시하며 “우리는 무슨 일이 생길지 지켜볼 것”이라면서 “우리는 억류자들을 돌려받았다. 위대한 영웅(한국전쟁 전사자)들의 유해를 돌려받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북한의) 핵실험이 없었다”고 자신의 외교적 성과를 강조했다.
북한이 연내 시한까지 비핵화 협상에 진척이 없을 경우 내년 초 미국의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도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연내 시한까지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제재완화 및 체제보장이라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배후에서 비핵화 협상에 개입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해 한일 핵무장론 카드를 꺼내 든 것도 영향을 미쳤을 듯하다. 한일 두 나라의 핵무장은 동북아의 패권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안보전략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이 9월 하순 실무협상 재개 조건으로 미국의 새 계산법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여전하다. 최 부상은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북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해제라는 미국 비핵화 방식의 수정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9월 하순께로 예상되는 실무회담 장소가 비핵화 협상의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이번 실무협상을 진정성을 갖고 임하는 것인지 북미정상회담으로 가기 위한 통과 절차로 보는지는 장소를 보면 알 수 있다”며 “만약 평양이나 최소 판문점으로 정해진다면 의미 있는 협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을 거치며 김 위원장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실무팀의 권한이 없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는 만큼 최고지도자가 있는 평양 인근에서 실무협상이 열릴 경우 알맹이 있는 대화가 전개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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