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김훈 작가 "당파성 판치는 시대... 인문학적 소양 쌓아야"

김훈 고려대서 '작가와의 대화'

의견·사실 구별 안해 소통 단절

'말하기 어려운 시대' 돼버려

뻔한 것들에 의문 갖는다면

세상 조금씩 바꿀수 있을 것

김훈 작가가 1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열린 ‘작가를 만나다’ 행사에서 ‘디지털 시대, 연필로 쓰기’를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1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고려대 도서관과 지능정보기술과사회문제연구센터 주최로 ‘작가를 만나다’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 초청된 김훈 작가가 ‘디지털 시대, 연필로 쓰기’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우리 시대는 자신의 당파성을 정의나 진리라고 말해 소통이 점점 어려워지고 인간의 단절이 되고 있습니다.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고 사실을 의견처럼 말하며 ‘말하기가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김훈 작가는 19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서울캠퍼스 도서관 CCL에서 열린 ‘작가와의 대화’ 행사에서 학생들과 만나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이렇게 진단했다. 고려대 도서관 주최로 열린 이 행사는 ‘디지털 시대, 연필로 쓰기’라는 주제로 열렸고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의 대담,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김 작가는 현시대를 소통은 사라지고 당파성만 판치는 시기로 규정했다. 특히 우리 사회가 사람들의 잘못된 ‘말’로 인해 단절이 심화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김 작가는 “우리 시대에서 가장 어려운 게 언어라고 생각한다”며 “사람들은 당파성에 매몰돼 말을 할 때 의견과 사실을 구별해서 말하지 않고 자기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고 사실을 의견처럼 말한다. 이런 언어는 인간의 소통에 기여할 게 없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결과로 우리 사회가 의견과 사실의 구분을 하지 못한다고도 지적했다.



여론조사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이 시대 권력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온다”며 “의견들을 모은 여론조사의 결과로 정의와 진리를 판단하려고 한다. 점점 소통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20대 젊은이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학생의 질문에는 “명문대 젊은이들은 이 사회 먹이 피라미드의 상층부로 진입한 것이고 그것이 정당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사회 문제를 들여다보는 안목, 즉 ‘인문적 소양’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최근 여성 흉악범을 붙잡아 20~30년의 징역형을 내리면 우리는 이를 사법정의라 하겠지만 그 흉악범의 아이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어머니가 없는 끔찍한 환경에서 자라야 한다”며 “헌법은 자신이 하지 않은 일로 피해를 받을 수 없다고 돼 있지만 그 아이의 인권은 어떡하나. 인간은 이런 문제를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데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이에 어떻게 접근할지 방법을 찾아내는 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김 작가는 “뻔한 것에 의문을 갖는 인문적 소양을 갖고, 그런 의문들이 쌓이면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작가는 지난 3월 새 산문집 ‘연필로 쓰기’를 냈다. 김 작가는 “연필로 글을 쓰면 내 몸이 글을 밀고 나가고 있다는 삶의 근거를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고려대를 졸업한 김 작가는 1973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20여년의 기자 생활을 했다. 1994년 문학동네 소설 ‘빗살무늬토기의 추억’으로 등단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