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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칼럼] 대한민국은 생존 가능한가

동북아시아 안보환경 격랑 이는데
정부는 민족문제 매몰돼 대응 안이
軍도 北도발 심화속 자진 무장해제
국민마저 경각심없으면 존립 어려워

[오철수칼럼] 대한민국은 생존 가능한가
오철수 논설실장

1804년 프랑스 황제 자리에 오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이듬해부터 인근 국가들과 전쟁에 나선다. 프랑스 혁명 이후 불안감을 느낀 영국과 오스트리아·러시아 등이 동맹을 맺고 프랑스를 위협하자 나폴레옹도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전쟁은 처음에는 방어적인 성격을 띠었으나 점차 침략전쟁으로 변했다. 나폴레옹은 영국을 공격하다가 여의치 않자 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오스트리아와 러시아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프랑스 군대에 무릎을 꿇었다. 이 과정에서 프로이센도 처참하게 패배하면서 유럽 지도에서 거의 지워질 지경이 됐다. 이때 프로이센 황태자의 전속부관으로 참전했던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가 패전의 교훈을 남기기 위해 1819년부터 13년에 걸쳐 집필한 것이 그 유명한 ‘전쟁론’이다. 클라우제비츠는 총력전의 성격을 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군대·국민의 3요소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200년이 지난 지금 상황에도 적용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모든 구성원의 역량을 결집하지 않고는 살아남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떤가. 문재인 정부 2년5개월 동안을 돌아보면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러운 것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다. 지금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다. 북한 핵 위협이 거세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해온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한국은 인도태평양전략과 일대일로·중거리핵전력조약(INF) 등 민감한 사안이 생길 때마다 한쪽 편을 들어야 할 상황이다. 여기서 선택이 잘못되면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때에 우리 정부는 국제정치를 폭넓게 보지 못하고 민족 문제에만 매달리면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북중러 결속으로 북한 핵 위협이 심해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북한 말만 믿고 “전쟁은 없다”거나 “평화시대가 도래했다”는 등 한심한 말만 늘어놓고 있다. 핵무기를 완성한 북한이 연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남한을 겨냥한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데도 단 한마디 항의조차 못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지만 미국과는 북핵이나 전시작전권 전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을 둘러싸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과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문제로 양국관계가 파탄 직전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 모두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에 올인한 어설픈 외교·안보정책의 결과물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문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식에서 말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아니라 ‘아무나 흔들 수 있는 나라’가 돼버렸다.

한심한 것은 군대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9·19군사합의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무려 10차례나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강행하면서 무기를 고도화하고 있지만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등의 구축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오히려 휴전선 비행금지 구역 설정과 감시초소(GP) 철거, 한미 연합훈련 축소·폐지로 대응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국방부는 군 병력 감축과 복무기간 단축을 추진하는가 하면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시작전권 전환과 주한미군기지의 평택이전을 서두르고 있다. 북한은 무기를 고도화하는데 우리는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는 모습이다. 이러다가 안보에 위급한 상황이라도 발생하면 과연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지킬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정부와 군이 국가 안보에 무관심하다면 국민들이라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삼국지’에는 ‘소훼난파(巢毁卵破)’라는 말이 나온다. 보금자리가 부서지면 알도 깨진다는 뜻이다. 지금 한국이 처한 상황이 이와 같다. 국가라고 하는 둥지가 부서지기 일보 직전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이제 국민이 나서야 한다. 국민들마저 “전쟁은 없다”는 정부 말에 현혹돼 안보의식이 희미해져버리면 국가 존립은 위태로워진다. 안보 불감증에 걸린 정부와 군이 더 큰 위기를 초래하지 않도록 국민들이 단호한 대응의 목소리를 높일 때다. /cs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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