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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갈등 한국' 파고든 '분노 마케팅'

정치권 '진영 논리'로 분노 조장

문화·경제는 한일무역전쟁 속에

'과도한 국뽕' 영화·제품 잇따라

세대·빈부·이념 등 갈등 부추겨





지난 5월 울산 북구 매곡산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온다는 소식에 도로는 아수라장이 됐다. 한쪽은 ‘종북몰이’, 한쪽은 ‘5·18 역사왜곡’ 피켓을 들고 “아가리 닥쳐” “아갈머리를 찢겠다” “돌 안 맞으니 정신 못 차리나” 등의 막말이 쏟아졌다. 선정적인 말을 자막 그대로 넣은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120만회가 넘는 조회 수를 올렸다. 분노를 자극하는 마케팅이 돈과 명예를 얻는 시대가 됐다. 16일 청와대 사랑채 앞도 분노로 뒤덮였다. 제1야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황 대표가 삭발을 했다. 한 의원은 곧바로 “제가 의사라서 아는데 조국(법무부 장관)은 정신병자”라고 하자 환호가 쏟아졌다. 한 초선의원은 “평범한 방식으로는 주목을 받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며 “더 자극적이어야 한다”고 푸념했다.

문화계도 분노의 돈 냄새를 맡았다. 교보문고의 8월 정치사회 분야 베스트셀러 상위 10권 가운데 7권이 진영 논리나 사회 갈등을 반영한다. ‘반일 종족주의’는 조 장관이 “구역질 나는 책”이라고 평하자마자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을 등에 업고 판매량이 치솟았다. ‘좌파가 장악한 대한민국’ ‘나는 왜 싸우는가’ 등 하나같이 반대 진영에 대한 혐오와 분노를 말한다.

분노의 들불은 기업과 외교도 삼키고 있다. 최고 시청률이 7.0% 달했던 KBS2 수목드라마 ‘저스티스’에서 정진그룹 부회장은 사이코패스 재벌 2세로 그려진다.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은 근로자 등 곳곳에 삼성그룹을 연상케 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최근 한국과 일본의 외교갈등 속에서 개봉했던 영화 ‘봉오동전투’는 ‘국뽕(과도한 애국주의)’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10여명은 이 영화가 개봉하자 단체관람을 하며 반일 분위기를 띄웠다.



모두가 분노를 퍼뜨리는 사회가 돼가는데도 정부가 갈등관리에 등을 돌렸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우리 사회는 주력산업 쇠퇴와 고령화로 1%대를 바라보는 경제성장률 속에서 취업난(20대)과 고용불안(30~50대), 은퇴(60대)에 따라 세대나 계층 간 갈등이 커지는 구조가 돼가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올해 내놓은 ‘2018년 사회통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이념갈등(87%)과 빈부갈등(76%), 세대갈등(64%)을 겪고 있으며 정부(42%)가 나서 사회통합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그러나 정부마저 관리는커녕 갈등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한일갈등을 총선에 이용해야 한다는 민주연구원의 내부 보고서가 나오는가 하면, 조 장관은 법무부 수장에 오르자마자 소득별로 벌금을 차등 적용해 계층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분노가 직장과 가정까지 번지며 일반화하는 사회가 되기 전에 대통령과 정부가 나서 관리를 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전 정부 때 젊은층과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팟캐스트, (박근혜) 대통령 참수 퍼포먼스 등 분노 마케팅이 급속도로 퍼졌고 이에 대한 반발로 장년층까지 정치적 목소리를 위해 뛰어든 것이 현재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내놓는 정책, 발언마다 갈등을 부추기는 정부에 이런 사회를 멈출 의지가 있는지 이제는 물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구경우·최성욱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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