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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안되는 원격의료, 해외병원 통하면 언제든 서비스

[S스토리-바이오산업 '기울어진 운동장']

일부업체 美 병원 등과 연계 법망 피해 진료 영업

유전체검사도 외국에 지사 만들어 국내로 역수입

정부선 "처벌할 의료법 없다" 규제 역차별 논란





# 온라인 등을 통해 국내에서 영업 중인 A업체는 하버드대 의대 부속병원, 존스홉킨스병원, MD앤더슨 암센터 등 미국의 유명 병원 5곳과 연계해 국내 환자에게 2차 소견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평소 내원하던 국내 병원에서 X선,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자료와 병리검사 결과를 받고 ‘병명’ ‘치료 방법’ ‘임상실험’ 등에 대해 궁금한 점을 제출하면 업체가 이를 정리해 미국의 병원으로 보내고 이 병원의 진단 결과를 환자에게 다시 전달하는 식이다.

이는 사실상의 원격의료다. 현행 국내 의료법은 환자와 의료진 간 원격 진단과 처방을 금한다. 하지만 이는 국내 병원에만 적용된다. 해외에 법인을 둔 병원이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원격의료는 막을 수 없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원격의료가 이미 시행되고 있고 해외 병원들은 국내 의료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허점을 파고들어 일부 업체들이 버젓이 미국 병원과 연계해 국내 환자가 제출한 진료기록을 바탕으로 한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국내 병원과 업체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지만 이를 단속해야 할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내용상으로는 대면진료 위반 소지가 있어 보이지만 해외 의료기관이면 국내 의료법에 따라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내 환자와 해외 병원 간 의료를 중개하는 한 업체의 인터넷 사이트 메인화면(사진 위쪽)과 국내 직판 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국내 업체 해외 지사의 DTC 유전체 분석 서비스 홍보 사진(아래). /인터넷 캡처


2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과도한 규제와 관련 법률 재정비의 미진으로 국내 병원과 전문업체가 원격의료나 소비자직접의뢰 유전체검사 서비스(DTC) 등 차세대 산업 육성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해외 업체들은 이 같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어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헬스케어 산업이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규제의 취지를 이해하고 국내 시민단체와 법률을 존중하지만 국내 업체에는 봉쇄된 서비스가 해외에 주소가 있다는 이유로 허용되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라는 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민단체의 반발과 국회 공전으로 인한 법률 개정 포기로 제한적 원격의료 도입 등이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에서 외국 업체들은 한국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며 원격의료 등 국내에서 금지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국내 업체는 해외에 지사를 만들고 국내 서비스를 수출한 뒤 이를 오히려 국내로 ‘역수입’하는 등의 영업활동을 전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의료를 둘러싼 논쟁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총괄해 진행하는 규제자유특구 사업으로 강원도에서 스마트의료라는 이름으로 ‘제한적인 원격의료’를 허용함에 따라 재점화됐다. 정부는 춘천과 원주에서의 만성질환자에 대한 원격진료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강원도 디지털헬스케어 사업’ 추진에 대한 규제를 풀기로 결정했지만 도내 의사회가 보이콧을 선언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현재 원격의료 참여 의사를 밝힌 의원은 원주 1곳뿐이다. 지난달 14일에는 복지부와 전북 완주군이 운주·화산 지역 환자 40여명을 대상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 실시를 발표했지만 출발도 하기 전에 잠정 보류됐다.

DTC는 유전체 검사를 개인이 직접 의뢰해 자신에게 발병할 확률이 높은 질병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로 해외에서는 이미 성업 중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DTC 시범사업이 시작됐지만 국내 영업망을 동반하지 않은 해외 업체에는 규제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국내 소비자들은 국내 업체로부터 탈모나 고혈압 가능성도 기초적이고 단순한 유전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반면 해외 전자상거래 사이트 등에서 글로벌 업체의 상품을 구입해 해외에 있는 본사로 머리카락이나 침 등의 유전정보를 보내면 신체부위별 암 발병 확률 등 상세한 정보가 담긴 보고서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해외에 지사를 세워 국내 업체에 허가되지 않은 영업을 진행하는 업체도 있다. 유전체 분석 업체 B가 대표적이다. 복지부의 DTC 유전체 분석 서비스 시범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는 이 업체는 외국에 지사를 세운 뒤 국내 직판 유통기업에 ‘유전자 분석 키트’ 상품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봉된 용기에 타액을 수집해 보내면 일본의 지사를 통해 결과를 제공받는 형식이다. 복지부는 국내 직판망을 이용한 불법 영업활동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이 업체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기관 및 업체에 이 같은 서비스를 허용하거나 해외 업체가 국내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도록 막아야 공정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 업계 고위관계자는 “정부 당국과 국회, 시민단체의 우려와 반발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논란이 되는 규제에 대해 더 많은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해외 기관에는 허용된 서비스가 국내 기관이라고 해서 시도조차 불가능한 것은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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