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급 법원 대표 판사들의 모임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오는 30일 임시회의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 확대를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건의하는 내용의 안건을 논의한다. 법원 인사 구조를 전국에 걸쳐 수평적·민주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논의의 골자다. 또 26일 첫 회의를 시작한 사법행정자문회의 등 각종 회의 기구 운영도 투명하라는 주문도 논의 안건에 포함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오는 30일 오전 10시부터 경기 고양 사법연수원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법원장 후보 추천제 확대 실시 ▲사법행정자문회의 등 각종 주요 회의기구 안건 및 회의록 공개 ▲전보인사 원칙 개선 ▲경력 법관 출신 다양화 ▲근무평정 개선 ▲상고심 개선 등 6개의 안건을 논의하기로 했다. 특히 지난 2월 대구와 의정부지방법원에서만 시범 실시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내년 2월 정기 인사 때부터 전국 여러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김 대법원장에게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12월 의정부지법 판사들이 법관 운영위원회를 거쳐 단수 추천한 사법연수원 29기 신진화 부장판사를 법원장 임명에서 배제해 논란이 됐다. 스스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해 놓고 법원 내부 비판 여론을 의식해 결국 재직기간과 재판 경험 등을 우선시해 연수원 22기인 장준현 당시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를 보임했다. 본래 취지와 달리 첫 단추부터 삐걱댄 탓에 각급 법원 판사 대표들이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 노조)의 올해 상반기 법원장급 이상 인사 평가에 따르면 사법부 최초로 법원장 후보 추천제로 임명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장이 91.4점의 평가를 얻어 최상위권에 랭크됐다.
법관대표회의는 또 같은 날 사법행정자문회의·대법관회의·전국법원장회의 등에 대한 회의 안건 사전공개, 회의록 공개 원칙 마련 등과 관련한 논의도 진행한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밀실 행정에서 비롯됐음에도 여전히 법원행정처의 여러 의사결정 구조가 불투명하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실제로 26일 첫 회의를 연 사법행정자문회의의 경우 구체적 안건을 법원에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관대표회의는 이와 함께 판사·검사·변호사 간의 벽을 허물겠다는 ‘법조일원화’ 취지에 맞춰 경력 법관 출신을 좀 더 다양화해야 한다는 안건도 논의할 예정이다. 법관 근무 평정 결과의 쓰임새와 이의제기 제도 개선, 전보 인사 원칙 개선 요구도 내년 2월 정기 인사에 맞춰 논의 대상에 올랐다. 상고심 제도의 경우 대법관 증원, 상고허가제, 고등법원 상고부, 상고법원, 대법원의 이원적 구성 등 구체적 방안을 지지하기보다는 원론적 차원에서 빠른 적체 해소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힘입어 지난해 4월 처음 상설화됐다. 지난해에는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이 이어지면서 6월·7월·9월 등 세 차례 임시회의와 11월 정기회의까지 전체 회의만 총 4번이나 열렸지만 올해는 집행부 교체 이후론 이번이 사실상 첫 전체회의다. 지난 4월 새 의장에 오재성(사법연수원 21기) 전주지법 부장판사, 부의장에 김동현(30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각각 선출된 바 있다. 김 대법원장을 비롯해 전체 10명으로 구성된 사법행정자문회의에도 김진석(25기)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부장판사와 최한돈(28기)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오승이(38기) 인천지방법원 판사 등 3명이 법관대표회의의 추천을 받아 위원으로 임명됐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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