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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성장률 수정 못해도 정책방향은 바꿔야

황정원 경제부 차장




지난 1960년대 미국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입증한 ‘오쿤의 법칙’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이 약 2.5% 증가하면 실업률은 1%포인트 내려간다. 반대로 실업률이 올라가면 GDP는 일정 비율로 감소한다. 이 같은 경기와 고용의 상관관계는 생산 자동화와 고령화의 영향으로 수년 전부터 깨지고 있다. 실제 반도체가 호황을 누렸던 지난해 취업자 증가 폭은 불과 9만7,000명으로 쇼크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정반대다. 아직 반도체 회복이 더딘 상태에서도 8월 취업자는 45만2,000명 늘었고 실업률은 3.0%로 전년 동월 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재정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대표적인 후행성 지표였던 고용통계는 동행인지 후행인지 성격이 모호해졌다.

회복세가 뚜렷한(?) 일자리 상황과는 달리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을 경쟁적으로 낮추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1%로 하향 조정했고 심지어 국내 기관마저 내년에 1%대 성장을 경고하고 나섰다. 중동발 유가 쇼크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악재로 터져 올해 2%대 성장이 만만치 않다.

정부는 반복적으로 대외여건 악화를 이유로 든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글로벌 교역 상황이 나빠졌으니 불가피한 측면도 있기는 하다. 우리같이 제조업이 중심이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만 봐도 우리의 경기 정점 및 저점과 거의 3개월 이내에서 같이 움직일 정도로 사이클이 유사하다.



다만 조선·철강을 비롯한 주력산업이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우리가 간과하는 위기의 본질이 아닐까. 일정 수준의 기술력과 다소 저렴한 임금으로 독일과 일본의 시장을 차지했던 한국의 자리는 이미 중국이나 인도로 넘어갔다. 해외직접투자는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정도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제조업 생산시설이 규제를 피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를 풀지 않으면 한국 경제도 10~20년 위기가 장기화되고 잠재성장률 2%대마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시장에서 가장 부담스럽다고 호소하는 노동비용과 관련된 주 52시간 근로제, 탄력근로제, 직무급제 등에 대해서는 눈치만 보고 구호에 그친다. 정부가 갖고 있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 2.4~2.5%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조차 “여러 여건상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힐 정도이나 수정은 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는 1년에 두 번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때만 성장률 전망을 한다는 이유를 들지만 자존심 때문도 있을 것이다. 사석에서 만난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내년이 정말 고비”라고 털어놓았다. 핵심은 내려놓은 채 재정을 풀고 금리를 낮추는 것만이 최선의 정책 수단은 아닐 테다. 국회만 탓하고 있을 정도로 한가롭지도 않다. 성장률 수정은 않더라도 정책 방향만큼은 지금 바로 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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