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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칼럼]비이성과 반논리, 몰역사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몇배 증액 요구는 무리와 무례의 극치
약한 빈자가 힘센 부자 억지로 돕는꼴
明軍 봉양애 허덕이던 조선 처지 닮아
발상 자체가 비 미국적, 자기역사 부정

[권홍우 칼럼]비이성과 반논리, 몰역사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권홍우 위원

주한미군이 3일 으름장을 놨다. 분담금 협상이 연내 타결되지 않을 경우 한국인 직원 9,000여명을 강제 무급휴가를 보내겠단다. 역설적으로 이는 주한미군이 얼마나 부자 군대이며 편한 군대인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한국군의 경우 병사들이 맡은 온갖 잡일을 미군은 외부 용역을 준다. 한국군이 미군 수준으로 청소며 부대 정비, 경비까지 민간인에게 맡길 경우 18만명의 민간 인력이 필요하다. 한국군은 돈이 없어 외주를 주지 못한다.

미국은 과연 얼마나 늘려달라고 요구했을까. 미국은 정말 현재의 6배 수준을 요구했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따르면 그런 수준은 아니다. 강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미국의 50억달러 요구설’에 대한 질의에 “밝힐 수는 없어도 우리가 들은 수치는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답변했다. 지난달 24일 서울에서 시작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 테이블에서 구체적인 금액이 제시되지 않았거나, 요구액이 50억달러 수준은 아니거나 둘 중 하나다.

강 장관의 설명에도 대폭 인상 요구는 기정사실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국정감사장에서 관련 질문에 “원래 좀 달라고 하는 쪽은 많이 달라고 하고, 지원하는 쪽에서는 합리적 범위에서 적정 지원하겠다고 한다”고 답변해 미국의 인상 요구가 있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설령 한미 양국의 실무협상에서 ‘합리적인 수준’에서 합의를 이뤄도 끝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연말을 넘겨 올해 초에야 겨우 타결된 10차 SMA 협상이 지연된 이유는 양국 실무진의 합의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마디로 뒤집혔기 때문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의 불확실성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본인은 확신에 찬 듯한 모습이다. 자신만이 이전 대통령들과 다르게 미국의 이익 증대를 위해 헌신한다고 무리하게 강조하고 있다. ‘아파트 월세 114달러 받기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 받기가 더 쉬웠다’는, 외교적 무례는 물론 인성조차 의심하게 만드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재선을 의식해 배타적 애국심에 더욱더 기댈 가능성이 높다. 분담금 규모는 최종 합의에 이를 때까지 누구도 속단하기 어렵다.

미국이 원한다는 배(倍) 단위의 증액은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된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미 의회에서 “미국이 본토에 주둔하는 비용보다 한국에 주둔하는 비용이 더 낮다”고 증언한 적이 있다. 분담금 덕분이다. 한국의 부담이 많아지면 미국은 당장의 수지가 나아지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마이너스다. 방위비 분담금 압박은 트럼프가 강조하는 공정한 룰에 의한 페어플레이에도 어긋난다. 한국은 ‘부자 나라’가 아니다. 독일과 일본에 비교하는 자체가 무리다.

병사 급식을 보면 한국과 미국의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군 병사들의 급식비는 하루 8,012원, 미군 병사들은 급식 기본수당으로 월 369.39달러를 받는다. 하루 식비가 1만4,299원에 해당된다. 독일의 급식비는 미군과 비슷하고 일본은 우리보다 60%가량 많다.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나 가난한 나라가 부자 나라에 대한 분담금을 배증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조폭도 아니고 동네 깡패나 가능한 일이다. 임진왜란에서도 먹는 문제로 조선 민중의 중국에 대한 인식이 크게 나빠진 적이 있다. 명군의 장수부터 병졸까지 필수 반찬인 두부를 만드느라 조선 백성은 쫄쫄 굶으면서도 콩을 심고 불리며 날을 샜다. 조선의 식자층은 나라가 망할 때까지 숭명과 모화사상에 매달렸지만 민중들의 마음에서는 ‘반중’ 의식이 퍼졌다. 한가지 단면에서만 보자면 두부를 비롯한 군사물자를 더 받아 챙기려는 주조명군과 방위비 분담금을 더 받아내려는 주한미군이 뭐가 다른가.

미국인의 전통가치에 비춰도 한국에 대한 압박은 온당치 않다. 미국인들에게 독립전쟁 당시를 생각해보시기를 권한다. 프랑스와 7년 전쟁(1756~1763)에서 승리했으나 막대한 전비 지출로 재정난에 빠진 영국이 북미 식민지에 각종 세금을 매긴 이유는 간단하다. 북미 식민지 주둔 영국군의 비용 일부를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려는 본국의 요구에 아메리카인들은 ‘영국군이 돈에 좌우되는 용병이냐’고 맞받아치며 끝내 싸워 독립을 이뤘다. 소탐대실한 영국은 엘도라도를 잃었다. 미국이 자기 역사를 부정하며 영국의 전철을 밟지 않기 바란다.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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