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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야단법석] '황제소환' 曺부인 공개소환 대상 아니다? 공보준칙·과거사례 살펴보니

정씨 공개소환 원칙 돌연 뒤집은 檢

공보준칙상 공적인물은 아니지만

최순실 등 주요 피의자 공개전례 多

전면 비공개 발표에 감시 약화 우려

무죄추정원칙 훼손·인권침해 지적도

“정경심 교수가 공개소환 대상자가 아닌 점을 고려할 때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소환일정이나 소환방식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를 둘러싼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는 검찰이 지난 2일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소환에 앞서 기자단에 설명한 내용이다. 검찰은 정씨가 공개소환 대상자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고, 이튿날 정씨를 청사 1층 정문이 아닌 주차장에서 조사실로 올려보내는 방식으로 비공개 소환했다. 정씨 소환은 조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투자, 입시비리, 웅동학원 등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무르익는 상황에서 이뤄져 언론과 대중의 초미의 관심사인 상황이었다. 이에 조 장관 측의 편의를 봐준 ‘황제소환’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검찰이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피의자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하기로 발표한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포토라인에 취재진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




◇공보준칙 이유로 ‘공개소환 원칙’ 뒤집은 검찰=정씨가 공개소환 대상이 아니라는 검찰 설명은 사실일까. 검찰은 “공보준칙상 규정된 공무원의 신분 등에 비추어봤을 때 (정씨 같은 경우) 공개소환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를 공개소환 대상의 예시로 들었다. 법무부 훈령으로 규정된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살펴보면 “소환 대상자가 ‘공적(公的) 인물’로서 소환 사실이 알려져 언론에서 확인을 요청하거나 촬영 경쟁으로 인한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는 경우”에 한해 소환 대상자, 일시 및 귀가 시간, 죄명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의 공적 인물이란 △차관급 이상의 입법부·사법부·행정부·헌법재판소·선거관리위원회·감사원 소속 고위공무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 △치안감급 이상 경찰공무원 △정당대표·최고위원 등 정치인 △금융기관장 △자산총액 1조원 이상의 기업 대표 등으로 규정돼있다. 따라서 정씨가 공보준칙상 공개소환 대상자인 공적 인물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정씨가 법무부 장관의 부인이며 언론보도를 통해 실명이 널리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본인이 고위공직자의 지위에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공보준칙상 수사사건 공보에 있어 실명 공개가 가능한 경우에는 공적 인물 외에도 “수사사건과 관련하여 언론에 실명이 이미 공개되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경우”가 포함된다. 이를 통해 언론에 널리 이름이 알려진 중요사건의 피의자의 경우 관례상 수사기관의 공보 대상으로 인정돼왔다는 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가 2016년 10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던 도중 벗겨진 최씨의 신발이 출입문 인근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연합뉴스




◇공적인물만 공개소환 대상? 과거사례 살펴보니=실제로 그간 경·검에서 공개소환한 주요사건 피의자 중에는 고위공직자가 아닌 인사가 다수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인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다. 전 국민의 관심을 받던 사건의 피의자로 ‘포토라인’에 섰던 최씨의 신발이 벗겨지는 장면이 생중계되기도 했다. 최씨는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밖에 입시비리 피의자였던 최씨의 딸 정유라씨 역시 일반인 신분이었으나 공개소환돼 비공개 소환된 조 장관 자녀들과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에서는 ‘버닝썬’ 사건과 관련된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 정준영,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등의 출석일정이 사실상 공개돼 전원이 언론사의 포토라인 앞에 섰다.

더군다나 검찰은 “정씨가 몰래 조사를 받으러 오는 일은 없을 것” “정씨는 원칙대로 청사 1층 출입문을 통해 입장하게 될 것”이라며 수차례 정씨를 공개소환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해왔다. 단 며칠 새 입장이 정반대로 뒤바뀌면서 검찰 스스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지난달 28일 검찰개혁을 요구한 서초동 촛불집회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접 지목해 검찰개혁 방안을 가져오라고 지시하며 검찰 기조가 급변했다는 분석도 있다. 대검찰청은 4일에도 돌연 “사건 관계인에 대한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 소속된 한 위원조차 이에 대해 “조 장관 수사와 관련해 오해를 피하자는 입장인데 대검에서 갑작스럽게 공개소환 폐지를 발표해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기자에게 밝혔다.

한국사진기자협회 주최 제53회 한국보도사진전에서 특별수상한 조선영상비전 고운호 기자의 사진 ‘팔짱끼고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 전 수석’. /연합뉴스


◇‘망신주기’ ‘낙인찍기’ 지적받아온 포토라인 사라질까=그럼에도 그간 검찰 등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망신주기’ 성격으로 포토라인에 세워 죄가 있다는 심증을 심어주는 데 이용했다는 지적은 유의미하다. 종합일간지에서 일선 경찰서를 출입하는 한 2년차 경찰팀(기동팀) 기자는 “버닝썬 사건 등 주요사건을 취재했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꼭 고위공직자만 공개소환의 대상이 되어온 것은 아니”라면서도 “하지만 공개소환과 포토라인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는 측면이 존재하고, 이를 ‘국민의 알 권리’라고 정당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수사기관의 수사가 ‘밀실’에서 이뤄지며 재벌 등 유력인사 ‘봐주기’ 수사에 대한 감시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정농단 수사 시 검찰에 소환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이 후배 검사들 앞에서 팔짱을 낀 채 편한 자세로 조사를 받고 있는 사진이 공개돼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계기가 어떠하더라도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개선책이 마련된 건 의미 있다”며 “언론의 검찰수사에 대한 감시·견제·비판은 필요하지만, 피의자에 대한 인격권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는 측면에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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