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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판 가격 놓고...골 깊어지는 철강-조선

철강 "톤당 3만~4만원 인상" 방침

조선 "수주 회복 조짐 보이지만

선가 안올라 원가 부담 커" 반발

조선업계 정부에 중재 요청하자

철강 "협상장밖 여론전하나" 발끈





“후판 가격은 조선 업계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가격 안정을 위해 정책적 배려와 중재가 필요하다.”(조선 업계 관계자)

“고통 분담을 위해 적자도 참아왔다. 조선 업계가 정부를 끌어들여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철강 업계 관계자)

국내 철강 업계와 조선 업계가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후판(두께 6㎜ 이상 철판) 가격 인상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불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후판 가격이 오르면 적자가 우려된다”며 가격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 회사는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급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가격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조선 업계가 정부에 중재를 요청하자 철강 업계는 “조선 업계가 협상장 밖 여론전에 나섰다”며 반발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 업계와 조선 업계는 지난 7월부터 하반기 후판가 협상에 돌입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후판 가격을 결정하는 협상은 업체별로 반기에 한 번씩, 1년에 두 번 한다. 철강업체들이 톤당 3만~4만원 가격 인상 방침을 전하자 조선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협상에서는 가격 인상이 업황에 찬물은 끼얹을 수 있다는 조선 업계의 주장에 따라 동결로 결론이 났다.

올 하반기 협상은 조선 업계의 적극적인 ‘여론전’이 철강 업계를 자극하며 감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지난달 24일 열린 조선해양의 날 행사에서 정부 관계자에게 후판가 중재 요청을 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이 사장은 “조선 업계가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인 강재(후판 등) 가격 상승에 대해서도 가격 안정화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 배려와 중재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일부 조선 업계 고위 관계자는 “철강 업계와 후판가를 동결하기로 잠정 합의했다”며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철강 업계는 이에 대해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벼르고 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조선 업계가 협상장 밖에서 정부를 끌어들이고 여론전을 펼치는 것은 더티플레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철강 업계는 최근 후판 납품 가격이 톤당 70만원선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2008년 110만원선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후판 가격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3월 톤당 63달러대에 거래됐던 철광석 가격은 올해 7월 말 120달러대까지 올랐다가 이달 초 9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올 2·4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각각 14.7%, 38.1% 줄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2016년 조선업 불황과 중국산 공략의 이중고가 겹쳐 후판 사업이 적자를 면치 못할 때도 ‘고통분담’을 이유로 가격을 유지해왔다”며 “경제적 논리로 따졌을 때 가격 인상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조선 회사들은 수주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선가가 그만큼 오르지 않아 실적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후판은 선종에 따라 제조원가의 15~20%를 차지하는 핵심 재료다. 후판 가격이 5만원 오르면 조선 업계의 원가 부담은 약 3,000억원 늘어난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후판 가격 인상은 조선 업계의 부담을 넘어 생존을 위태롭게 만든다”고 말했다.

/한동희·서종갑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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