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마다 공공임대 확충은 주택정책의 핵심 과제였다. 값싸고 질 좋은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서민 중산층의 주거안정에 기하겠다는 정책 목표는 보수·진보 정부를 막론하고 공통이었다. 노태우 정부 시절 1기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사실상 첫 공공임대인 영구임대 아파트를 지었고 김대중 정부는 ‘국민임대’를, 박근혜 정부는 ‘행복주택’을 도입했다.
하지만 임대주택 정책은 화려한 장밋빛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계획은 거창했지만 늘 실적은 계획 물량에 미달했다. 노태우 정부의 영구임대는 목표 물량이 25만가구였지만 실제 지어진 것은 19만가구에 불과했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의 정부 때 만든 임대주택정책을 계승해 국민임대 100만가구를 짓겠다고 공언했지만 절반에도 못 미친 45만가구를 건설하는 데 그쳤다. 현 정부는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공공분양 등 총 100만가구(공적임대 85만가구, 공공분양 15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의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현재 6.7%인 임대주택 재고량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인 9%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재원 조달. 공공임대주택을 지으면 지을수록 손실이 발생한다. 공공임대주택의 임대기간은 △영구임대 50년 △국민임대 30년 △행복주택 30년 △장기전세 20년 등으로 정해져 있다. 임대기간이 길수록, 소형 주택일수록 1가구당 건설 원가가 높고 운영 손실도 늘어난다. 전체 공공임대 건설의 70%를 차지하는 LH공사의 부채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LH공사의 부채규모는 주택·토지공사가 합병한 지난 2009년 103조원에서 지난해 130조원으로 늘어났다. 전체 부채 가운데 임대주택에서 발생한 부채만 70조원에 이른다. 장기임대주택(5년·10년 임대 제외) 1가구당 1억2,500만원 꼴이다. 최근 자산매각 등으로 부채 증가율이 떨어졌지만 앞으로 3기 신도시 건설을 앞두고 또다시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 따르면 LH공사의 빚은 2023년 169조9,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도 공공임대 건설 비용을 대고 있지만 재정이 화수분이 아닌 이상 무한정 지원은 어렵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임대주택 건설을 공공기관에만 의존해서는 지속성에 한계가 있다”며 “임대주택 재고량 확충을 위해서는 민간 유인책 제공과 계층별로 다양한 유형의 임대주택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구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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