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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스몰딜’을 바라보는 트럼프의 속내…‘빅딜’인지는 내가 정한다

미중 1단계 무역협상 합의

빅딜로 가는 중간 과정 단계

트럼프, 장사꾼으로만 보면 안 돼

내년 대선 앞두고 협상변동 가능

예상대로였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1차적인 합의를 이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중국 측의 미국 농산물 구매와 통화, 일부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를 다루는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고 했죠. 이것은 스몰딜일까요 빅딜일까요.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스몰딜이라고 부를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이라고 부를 것이고 앞으로도 빅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무슨 얘기냐구요? 어떤 물건이 크냐 작으냐를 판단하는 기준이 상대적이듯 이번 협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로 보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로부터 친서를 전달 받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큰 그림의 첫 단계 합의…트럼프가 정하면 ‘빅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실질적인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합의는 아직 서면으로 돼 있지 않다. 합의문 작성에 이르기까지는 3~5주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그는 “1단계 합의에 서명한 뒤 2단계가 거의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식인 겁니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을 원한다”고 수차례 강조해왔습니다. 단순히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더 사는 정도가 아니라 산업보조금과 지적재산권 문제 같은 산업·통상정책을 총망라한 합의를 이뤄내겠다는 뜻이었습니다. 환율도 여기에 포함되죠.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중국이 완강히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제 와서 빅딜을 버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내년 대통령 선거도 생각해야죠(선거에서 여론몰이를 위해서는 성과가 필요합니다). 그렇다 보니 빅딜의 모양새를 갖추면서 조기성과를 이뤄내는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중국이 그나마 양보할 수 있는 환율과 일부 간접적인 지적재산권 보호장치를 받아내고 즉시 효과가 있는 농산물 추가 판매를 이뤄낸 것이죠. 물론 나머지 부분도 계속 협상을 합니다. 겉에는 ‘빅딜’로 썼지만 안에는 ‘스몰딜’이 들어있는 것이죠. 환율도 제대로 하면 큰 부분이지만 과거 플라자 합의 때만큼은 위력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중국이 환율협정을 맺겠다고 한 것부터가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과 이전의 논의에서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번 협상이 더 크다”고 답했습니다. 모양새를 갖췄으니 빅딜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죠. 트럼프니까, 미국 대통령이니까 가능한 일입니다.

지속적으로 협상을 이어나가기로 한 미중 양국. /로이터연합뉴스


오로지 선거 때문? 트럼프를 얕잡아보면 안 돼

여기서 또 나올 수 있는 해석이 있습니다. 트럼프가 대선 때문에 서둘러 합의를 한 것 아니냐는 말이죠.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이는 전체 그림을 못 본 해석입니다. 물론 선거는 여러 고려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겁니다.

당장 선거에 미치는 영향도 거꾸로 볼 수도 있습니다. 되레 무리하게 조기합의를 했다는 식이 돼 버리면 선거에 악영향만 끼칠 뿐입니다. 민주당에서 이를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겁니다. 트럼프의 대중 정책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에서도 큰 틀에서는 동의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선거에 이용하려고 대충 합의를 한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는 트럼프라는 사람의 성향을 전혀 모른다는 말이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사꾼 같은 기질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만의 틀이 있습니다. 쿠르드족과 관련해서는 동맹을 버린다는 지적이 많은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해외에서 무의미(보기에 따라 다르고 논란이 많은 부분)하게 죽어가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한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평가할 때 이 부분을 간과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단순하지만 명료한 생각입니다.

다시 미중 합의로 돌아가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불합리한 무역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의지가 뚜렷합니다.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보좌관만 봐도 그렇습니다. 존 볼튼 전 보좌관은 이름난 대중국 매파였고 신임 로버트 오브라이언 보좌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미국이 군사력을 증강해 중국을 봉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저 농산물 좀 더 팔겠다고 하는 협상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 부분을 놓치면 미중 협상의 전체적인 방향을 읽지 못하게 됩니다. 트럼프가 그냥 장사꾼이라면 이번 합의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중국의 구조적인 틀을 바꾸기 위해, 즉 중국을 제대로 견제하기 위한 협상을 지속할 겁니다.

이 때문에 변동성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데렉 시저스 미국기업연구소(AEI) 중국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관세철폐에 동의하더라도 적자폭이 다시 확대되거나 민주당이 자신의 중국 정책을 비판하게 되면 내년 초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했습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내부




미중 합의에서 다시 확인된 것…주식시장은 항상 옳다

이번 합의에서 다시 한번 확인된 게 있습니다. 주식 시장은 항상 옳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뉴욕증시는 호재에 상승하고 악재에 빠집니다. 우리나라 증시도 그렇죠. 하지만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는 외부 변수가 너무 많아서 정책적인 부분을 증시에 직접 대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미국은 다릅니다. 무역협상이 잘 될 것 같으면 주가가 오르고 아니면 내립니다. 부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정말 시장 논리에 의해 움직이니까요(물론 상대적입니다).

이날 오후1시46분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기자간담회를 했습니다. 주제는 터키 제재였는데요, 당연히 미중 협상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이 때는 트럼프 대통령과 류허 부총리의 만남이 있기 전입니다. 그래서 므누신 장관이 세부 내용을 거의 답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흥미로운 답변을 했습니다.

한 기자가 미중 협상에 대해 업데이트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므누신 장관이 “이틀 동안 생산적인 협상을 했다”며 하나마나 한 얘기를 했죠.

그러자 재차 질문이 나왔습니다.

“주식시장이 매우 낙관적인데 이렇게 낙관적이어도 되는 건가요?”

므누신 장관이 답했습니다.

“주식 시장은 항상 옳아요(웃음)”

간접적인 대답이었지만 여기에 큰 틀의 답이 들어있었죠. 실제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19.92포인트(1.21%) 급등한 26,816.59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과 나스닥은 각각 1.09%, 1.34% 올랐습니다. 앞으로도 미중 협상의 향방을 점치고 싶으면 주식시장을 눈여겨 봐야 할 듯합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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