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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어이 교육 하향평준화 하겠다는 건가

청와대와 정부·더불어민주당이 자사고와 외국어고·국제고 등 특목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정청은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개최한 협의회에서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 계획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시행시기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 2025년 3월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절차를 밟을 모양이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를 기반으로 한 학생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특목고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그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그렇잖아도 고교 평준화 정책으로 고등교육이 하향 평준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게 가속화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학업성취도가 천차만별인 학생들을 한 교실에 모아두는 바람에 학습 의욕과 동기를 떨어뜨리고 있는데다 경쟁 없는 교직 문화 속에서 교사가 열정을 발휘하기 힘든 게 현실인데 교육 경쟁력이 높아질 리 만무하다. 우리나라는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라고는 두뇌밖에 없는 나라다. 이 정도라도 경제가 성장해 우리가 먹고살 만하게 된 것은 교육을 통해 인재를 키웠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우수 인력을 육성하자는 취지로 설립된 특목고마저 폐지해 수월성 교육을 도외시하면 무슨 수로 우수한 인재를 기르겠는가.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걸핏하면 자사고 등을 귀족학교나 공교육 황폐화의 주범으로 몰며 특목고 죽이기에 매달려왔다. 최근 불거진 대입제도의 공정성 논란을 기회 삼아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특목고의 싹을 아예 자르려고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물론 특목고 운영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법 테두리 내에서 바로잡으면 될 일이다. 특목고를 아예 없애겠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자해행위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키우려 전문교육을 강화하는 세계 추세에도 역행한다. 일본은 고교 커리큘럼의 학교별 재량권을 늘려 일반고에 해당하는 보통과를 전문성이 강한 신학과(특목고)로 전환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법 개정을 거쳐 이르면 2021년에 시행한다고 한다. 경쟁국은 이렇게 4차 산업 인재 육성을 위해 전문성·창의성을 키우는 수월성 교육을 강조하는데 우리는 역주행하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잘하는 사람은 더 잘하라고 지원하고 못하는 사람은 특별히 신경을 써서 실력이 향상되도록 북돋워주는 게 정상적인 정부 정책이다. 그런데 잘하는 사람을 끌어내려 하향 평준화하려 하니 기가 막힌다. 진정 공교육 황폐화를 염려하는 정부라면 특목고 죽이기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공교육 수준을 끌어올리는 고민을 더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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