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정부 때 (정치적 사건을) 쿨하게 처리했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이명박 정부 때 검찰의 중립성이 가장 잘 보장됐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즉각 해명했다.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 현 문재인 정부까지 순차적으로 언급하려고 했는데 질문을 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문을 끊어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역시 이 의원이 유도한 답변과는 거리가 먼 해명이라는 평가다. 이 의원이 바랐던 답은 “현 정부가 정치적 중립을 가장 잘 보장해 준다”는 명쾌하고 간결한 답이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은 18일 이례적으로 해명 자료를 내고 “윤 총장이 ‘이명박 정부 때 검찰의 중립성이 가장 잘 보장됐다’고 답변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이 과거 검사로서 직접 처리한 사건을 예로 들며 이명박 정부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의 경험과 소회를 순차적으로 말하려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대검은 “특히 현 정부에서는 과거와 달리 법무부에 처리 예정 보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청와대에서도 검찰의 구체적 사건 처리에 관해 일체 지시·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려고 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 의원이 답변 도중 다른 질의를 이어가면서 윤 총장의 답변이 중단됐고 이로 인해 윤 총장의 취지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17일 국정감사 중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와 문재인 정부를 비교하면 어느 정부가 그나마 중립적입니까”라고 윤 총장에게 물어봤다. 맥락상 두 보수 정권과 문재인 정부의 중립성 보장 수준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이었다. 윤 총장이 질문의 맥을 제대로 짚었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가 나았다”거나 “현 문재인 정부 때가 낫다”고 짧게 답해야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이 의원이 여당 의원임을 감안하면 후자 쪽 답을 유도한 질문이었다는 게 정치권과 법조계 인사 대부분의 생각이다.
그런데 윤 총장은 문득 “제가 직급은 달랐지만 하여튼 제 경험으로만 하면 이명박 정부 때 중수부 과장으로, 특수부장으로 3년간 특별수사를 했는데 대통령 측근과 형 이런 분들을 구속을 할 때 별 관여가 없었던 것으로,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나고요”라며 갑자기 이명박 정부 시절에 괜찮았던 점부터 언급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선 이명박 정부를 첫손에 꼽거나, 적어도 문재인 정부에 못지않게 호평하는 것처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윤 총장이 “박근혜 정부 때는 다 아시는 거고”라며 말을 잇자 당황한 이 의원은 “자, 네, 좋습니다”라며 서둘러 말을 끊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이를 두고 윤 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와 관련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윤 총장이 해명 자료를 뿌리며 진화에 나섰지만 각 정부 경험을 병렬식으로 나열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맨 마지막에 언급한 것 역시 이 의원의 질문 의도를 감안할 때 어색한 답변이란 지적이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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