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를 치유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으로서 재정의 역할은 필요하다. 하지만 재정은 ‘보완재’가 돼야지, 만병통치약이 돼서는 곤란하다. 한 해에 예산을 9.3%나 늘리는, 그것도 “어르신의 단기 일자리를 13만개 더해 74만개로 늘리겠다”며 복지 분야에 집중하는 지금의 현상은 ‘재정중독’이다. 심지어 “지난 2년 반 동안 재정의 많은 역할로 ‘혁신적 포용국가’의 초석을 놓았다”고 평가한 것을 보면 대통령이 그릇된 ‘자기 확신’에 빠진 게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든다. 그러지 않고서야 나랏돈을 쏟아붓는데도 2% 성장조차 장담하지 못하고 40대 가장들이 실직의 눈물을 흘리는 현실에서 “일자리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 “‘포용의 힘’이 곳곳에 닿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문 대통령은 확장재정을 주문하면서도 정작 기업의 기를 살릴 구체적인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다. 규제와 강성 노조에 질려 해외이탈이 최대치에 이른 기업들의 상처를 해소할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향한 혁신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안이한 낙관론을 되풀이했다. 진단이 이러니 국민들이 처방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제 남은 2년 반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며 “저 자신부터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이 진심이라면 소득주도 성장 등 경제정책부터 진솔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과감한 정책전환과 민간의 활력을 높일 프로그램의 실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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