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우정사업본부와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해 파업을 철회했던 전국우정노조가 25일 집배원의 증원 등 노사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12월 초 총파업을 경고했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인력 충원이 안 될 뿐 아니라 26년간 지급하던 집배보로금도 체불돼, 노조는 내년 예산안에 관련 사항이 반영되지 않으면 12월 초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우정노조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7월8일 이뤄진 노사 합의는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는 명백한 대국민 사기극이다. 총파업 불씨는 여전히 타오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인력 증원 배치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동안 올 7월부터 10월 사이 집배원 4명이 과로와 사고 등으로 숨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집배원들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1993년부터 매월 임금 형태로 주던 집배보로금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지난달부터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서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은 “늘릴 인력의 규모만 나왔지, 이에 필요한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11월에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예산소위에서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으면 12월 초 토요배달 거부와 함께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집배보로금의 경우 2017년부터 누적된 체불액이 연말까지 76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집배원 정원에 맞춰 집배보로금을 지급하려면 내년 예산안에 208억원이 반영돼야 하는데 기획재정부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우정노조가 그간 여러 어려움에도 대승적 차원에서 총파업을 철회한 과정을 생생히 기억한다”며 “정부가 하루빨리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체불임금을 남기는 건 창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우정노조는 올해 7월 집배원 증원과 노동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며 파업 절차에 들어갔으나 우정사업본부와 막판 협상 타결로 파업을 철회했다. 당시 노사 양측은 집배원 증원, 주 5일 근로제 시행, 업무 경감 등에 합의했다. 하지만 당시 합의한 증원 인원 988명 중 현재까지 120명만 배치됐으며, 채용공고나 관련 차량 리스계약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연말까지 나머지 868명이 현장에 배치되기 어려울 거란 게 노조 측의 예상이다. 집배보로금과 관련해서는 우본이 노조와 사전 협의 없이 4월16일 집배보로금을 예산 범위 내에서만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세칙 개정 내부 결재를 했다. 노조는 이와 관련해 우본 경영기획실장과 우편사업본부장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한 상태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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