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청론직설]"4차 산업혁명시대 생존 키워드는 IP...'강한 특허' 있어야 신산업도 가능"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교수>

특허 침해하면 회사 문 닫을수도 있다는 인식 가져야

배상산정기준, 특허권자 생산능력 → 침해자 이익으로

특허청을 지식재산처로 확대, IP업무 총괄이 바람직

기술기반산업 육성 위해선 데이터 3법 규제혁신 필수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교수가 지난 25일 KAIST 서울캠퍼스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기업의 자산 중 무형자산의 비율이 80%에 달한다”며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려면 강한 특허를 갖고 이를 적극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많은 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가운데 미국의 빅3 자동차 기업들도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았다.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는 파산설이 돌았을 정도다. 하지만 포드는 예상보다 빨리 정상궤도에 올랐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지식재산(IP)을 담보로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으로부터 긴급 수혈한 투자금 25조원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지금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맞아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술기반 신산업이 핵심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어느 때보다 IP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TV 드라마 ‘카이스트’ 속 괴짜 교수의 실제 모델이면서 국내 IP 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진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뇌공학과 교수와 만나 4차 산업혁명 시대 IP의 중요성과 기술기반 신산업 육성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 교수는 지난 25일 KAIST 홍릉캠퍼스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타인의 특허를 침해하면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회사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며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도 중요하지만 개발한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강한 특허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IP 중심국가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애플·구글·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대출을 위해 한국의 은행에 담보를 맡긴다면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은행들은 우선 부동산 전문가를 파견해 실사를 벌일 것이다. 국내에서 자산이란 토지나 건물 등 유형자산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회사가 미국이나 유럽처럼 선진국 은행에 담보를 맡긴다면 특허·디자인·상표 등 IP 정보를 먼저 요구할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의 자산 중 무형자산 비율이 80%에 육박한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특허와 IP 개념이 다소 혼용되는 경향이 있는데.

△IP는 특허·상표·디자인·저작권·영업비밀로 구성된다. 특허는 새 아이디어로 만들어낸 발명으로 가장 기본적인 지식재산이고, 디자인은 제품의 독창적 형상에 대해 보호하는 제도다. 저작권은 소프트웨어·문학·음악 등의 독창성을 인정하는 제도다. 저작권만 문화체육관광부가 관할하고 나머지는 특허청이 관장한다. 이런 이유로 좁은 의미의 특허청보다는 지식재산처로 확대 개편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IP 관련 업무를 총괄하게 해야 한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IP 개념을 정립했는데 이유는.

△섬나라 영국은 산업혁명을 일으켜 대제국을 건설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특허 보호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특허 개념은 15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창안됐다. 베네치아 군주는 멸망한 동로마제국 과학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새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에게 독점사업권을 줬다. 그랬더니 새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앞다퉈 몰려와 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한 나라가 영국이다. 영국은 1624년 발명가에게 독점권을 주기 시작했는데 이로 인해 사람들은 아이디어가 돈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표적인 예가 1769년 증기기관 특허를 취득한 제임스 와트로 그는 특허 덕분에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이후 유럽 곳곳에서 수많은 발명가가 영국으로 몰려들었고 영국이 산업혁명의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아마존이나 구글 등 글로벌 경제의 선두권을 차지한 기업들은 대부분 미국에 있는데.

△미국은 이미 1787년 건국 헌법에 특허 보호를 명시하고 강력한 특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허의 역사만 해도 230년을 넘었다. 하지만 1980년대 미국은 엄청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에 시달린데다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독일과 일본에 내줘야 할 처지가 됐다. 위기감을 크게 느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존 영 휴렛팩커드 회장에게 국가경제재건위원회 의장을 맡겼는데 당시 핵심전략으로 제안된 아이디어가 ‘강한 특허를 가진 미국’이었다. 이 덕분에 미국은 특허, 즉 무형자산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재평가하면서 제반 정책과 제도를 수정했다. 이러한 제도와 환경이 밑바탕이 돼 1990년대 말부터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잇따라 창업에 나섰고 지금 세계적인 기업들로 성장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특허 소송은 많이 힘든데.

△특허권자는 기술력만 갖고 막 창업한 중소기업이거나 스타트업이고 특허를 침해한 측이 대기업인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특허 침해를 인식해 소송을 하면 대기업 측은 우선 특허가 무효라고 주장한다. 특허 가치가 없다는 논리로 대형 로펌을 통해 전 세계 특허를 다 뒤진다. 그 전에 있던 특허를 베꼈기 때문에 특허로서 가치가 없다는 논리를 펴기 위해서다. 돈과 네트워크 등을 최대한 동원해 비슷한 특허를 찾아내면 결국 해당 특허는 권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특허무효소송으로 무효가 되는 특허가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 그나마 살아남아 특허로 인정받아도 배상재판이 시작되는 데 보통 3년 이상 걸린다. 창업자가 회사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소송을 따라다니느라 몇 년을 허비하는 것이다. 그러니 중도에 포기해버리든가, 끝까지 갔다가 회사 문을 닫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7월부터 다른 사람의 특허나 영업비밀을 고의로 침해했을 때 최대 3배까지 손해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시행됐다. 지금까지는 특허침해 소송에 따른 손해배상액이 낮고 실익도 적어 특허나 영업비밀을 침해당하더라도 소송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한국과 미국 모두 배상률은 3배로 같지만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이 다르다. 국내의 경우 손해배상액은 특허권자의 ‘현재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제한된 배상만 이뤄지는 한계가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침해자의 기준에서 특허 활용에 따른 이익을 따지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엄청난 규모의 배상액이 나와 회사 문을 닫게 된다. 혁신성장의 아이콘인 실리콘밸리는 미국이 200년 넘게 이어온 특허에 대한 확고한 신념의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교수가 25일 서울 동대문구 KAIST 서울캠퍼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글로벌 기업의 자산 중 무형자산의 비율이 80%에 달한다”며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려면 강한 특허를 갖고 이를 적극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국내의 경우 보완책 마련이 시급해 보이는데.

△지난해 말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허권자가 침해자를 상대로 특허침해에 대한 이익액 전부의 반환 청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특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존에는 특허권자의 현재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했다면 개정안에서는 특허 침해자가 취득한 이익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주목되고 있는 소재·부품·장비 기업 육성을 위해서도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의 현실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금융회사(NPE)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데.

△4차 산업혁명으로 정보통신기술(ICT)과 바이오 등 신산업이 발전하면서 NPE의 소송이 이러한 산업군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국내의 경우도 ICT 관련 특허가 많은 삼성·LG전자 등 대기업들이 타깃이 되고 있다. NPE는 미리 확보한 특허를 토대로 특허권자의 승소율이 높은 특정 법원에서 소송을 벌인다. 한국 산업이 첨단화하면서 감내해야 하는 통과의례 같은 거다. 더구나 우리가 지금까지는 특허를 만들기보다 모방하면서 산업을 키웠던 만큼 특허괴물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현실적인 해결책은 특허 관련 인력 양성에 힘쓰고 특허소송 과정에서 최대한 방어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스스로 특허의 중요성을 깨닫고 기술 개발과 확실한 특허권 확보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규제 때문에 혁신성장이 쉽지 않다.

△흔히 데이터 3법으로 부르는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하루 빨리 통과돼야 한다. 바이오헬스케어 산업도 마찬가지다. 미국이나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원격진료가 가능한데, 우리만 안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해당 산업이 우리나라에만 있으면 상관없지만 전 세계가 경쟁하는 시장에서 우리만 손을 놓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기업 자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무형자산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는 일본이 메이지 유신을 하고 서양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때 문을 걸어 잠그고 내부만 단속하던 구한말 쇄국정책과 비슷한 형국이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중국과 함께 5대 특허선진국(IP5) 반열에 올라 있다. 세계특허허브국가추진위원회 공동대표로도 활동하고 계신데.

△5년 전 국회에서 강연할 일이 있었다. 특허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전 세계 발명가와 사업가들이 한국에서 특허를 출원하고 특허 분쟁 중인 사람들이 한국 특허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하면 좋겠다는 소망을 얘기했다. 강연을 들은 정갑윤·원혜영 의원 등 여러 의원이 공감해줬고 국회 내 임의단체로 대한민국 세계특허허브국가추진위원회를 설립했다. 특허는 속지주의를 따른다. 해외에서 사업을 하려면 해외에 출원해야 한다. 각 나라에 특허를 출원해야 하고 분쟁이 생기면 일일이 손해배상 절차를 밟아야 하는 등 번거롭다. 그런데 특허 소송은 첫 소송 결과가 중요하다. 첫 소송에서 어떻게 나오느냐가 다음 소송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국 특허를 잘 보호하는 나라에 소송이 몰리게 돼 있다. 이른바 ‘소송 쇼핑’이라고 하는데 현재 특허 소송이 몰리는 대표적인 곳이 미국 텍사스 동부법원과 독일의 만하임법원이다. 특허권자에게 유리하고 교통이나 숙소 등 인프라가 좋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런데 아시아에는 아직 없다. 일본의 경우 배타적인 이미지가 강하고 중국은 소송이 공정하게 진행될 거라는 신뢰를 주지 못한다. 싱가포르는 특허 경험 자체가 부족하다. 그렇다면 결국 한국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일본보다 개방적이고 특허 관련 실력도 충분히 쌓은 만큼 승산이 있다. 국내 특허법원은 지난해 영어로 진행되는 국제부도 신설됐다. 특허 서비스 분야에서 수십만명의 고급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이를 통해 IP 5대 강국을 넘어 세계 특허산업의 허브국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정민정 논설위원 jminj@sedaily.com

He is…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KAIST 대학원 산업공학석사와 응용과학원 박사, 프랑스 리옹제1대학교대학원 박사 학위를 받았다. KAIST 공대 전산학과 교수로 일하다 정보기술(IT)과 바이오 기술을 접목해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고 바이오뇌공학과를 만들었으며 과학기술과 저널리즘을 융합한 과학저널리즘대학원 신설에도 관여했다. 2016년 제1대 미래학회 회장을 맡았으며 현재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석좌교수와 교학부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3차원 창의력 개발법’ ‘세상의 미래’ ‘10년 후 대한민국 뉴노멀 시대의 성장전략’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