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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범죄가 소년 혼자만의 몫일까

조종태 광주고검 차장검사





광주고등검찰청 차장검사로 일하며 매월 보호관찰심사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보호관찰소장, 지방교정청장, 소년원장, 판사 등이 참석하는 위원회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안건은 단연 소년원생들의 ‘임시퇴원’이다.

성인 가석방과 유사한 임시퇴원은 소년원에 입원 중인 소년들을 기간만료 이전에 퇴원시키면서 보호관찰 등 필요한 조치를 부가하는 제도다. 안건을 심사하면서 입원생들의 많은 비행전력에 놀랐다, 그리고 다른 위원들과 의견이 달라 때로 곤혹스러웠다. 무거운 비행전력이 여럿 있는 데다 생활여건도 개선되지 않아서 내보내면 곧 재비행할 것만 같은 입원생이 간혹 있었기 때문이다. 소년범죄자 10명 중 약 4명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보호관찰 청소년의 90% 이상이 1년 안에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는 연구결과도 마음에 걸렸다.

소년원생 안건을 다루다 보니 법조계에 갓 입문했을 때 만난 한 학생이 생각났다. 변호사 시보로서 만났던 첫 국선변호 사건의 피고인. 그는 아버지를 죽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중학생이었다.

엄마는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초등학교 때 이미 가출을 했고, 이후 그 학생은 의지할 것 하나 없는 곳에서 아버지의 폭력과 학대를 겪어야 했다. 지옥 같은 삶은 결국 살인으로 끝났다. 학생을 면담하면서 많이 울었다. 불안과 공포로 점철된 하루하루가 어땠을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학생은 울지 않았다. 어쩌면 더 이상 눈물이 남아 있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부모는 자식을 제 의지로 낳고 키우지만 자식에게는 부모나 환경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만약 그 학생이 좋은 부모와 환경에서 자랐더라면 어땠을까.



검사로서 많은 소년범죄자들을 만났다. 검사 앞에서 그들은 착하고 온순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들딸이 친구를 잘못 만나 이렇게 된 것이라며 실체도 없는 친구를 원망했다. 검사가 소년을 알지 못하듯 부모도 자식을 잘 몰랐다. ‘당신 아들이 바로 그 나쁜 친구’라고 얘기해 주고 싶은 적이 많았다.

범죄를 저지른 학생들을 데리고 교도소 견학을 가고, 부모의 부탁으로 야단을 치고 혼을 내고, 학교를 돌면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했다. 처음 형사절차에 발을 디딘 그들이 다시는 범죄를 접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검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내가 그곳을 떠나기도 전에 그들의 이름이 적힌 서류가 다시 책상에 올라오는 경우가 생겼다. 허탈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소년에 대해 기소유예, 소년부 송치, 정식재판 등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재범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최근 몇 년간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수원 노래방 집단 폭행 사건 등 10대들의 범죄가 이슈로 등장하면서 소년범죄자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 국민청원 1호 답변도 소년법 개정 문제였다.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추고 처벌을 강화하면 소년범죄가 줄어들까?

범죄는 본인 의지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게다. 소년범죄 역시 소년 혼자만의 몫이 아니다. 어찌 보면 가정과 사회가 같이 저지르는 것이다. 변호사 시보 때 만났던 그 학생이 어떻게 됐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어느덧 성인이 된 그 학생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잘 살고 있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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