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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1796년 트리폴리 조약

미국, 이슬람 해적과 평화조약

[오늘의 경제소사] 1796년 트리폴리 조약
트리폴리 항구 전경

신생 미국을 독립국가로 처음 인정한 나라. 어디일까. 프랑스가 아니라 모로코(1777년)가 정답이다. 미국 선박을 처음 포획(1784년)한 비유럽국가도 모로코다. 영국과의 종전조약과 그 연장선인 제이조약을 빼면 미국이 체결한 최초의 조약도 북아프리카에서 맺어졌다. 1796년 11월4일, 트리폴리에서 미국은 바르바리 해적 집단과 ‘영원한 평화와 우정을 위한 조약’을 맺었다. 바르바리 해적이란 오스만제국에서 반독립적인 지위를 인정받던 해상 세력. 아프리카 북부 인근 지중해와 대서양을 주름잡았다.

농업이 주력산업이던 초기 미국에서 북아프리카와 관련된 사건이 많았던 것은 삼각무역 때문. 아프리카 원주민을 잡아 미주대륙에 팔고 미국이나 카리브해에서 생산한 목재나 면화, 담배, 설탕을 유럽에 공급하는 삼각무역의 중심지역 중 하나가 북아프리카였다. 삼각무역에 종사하던 미국인들은 독립과 동시에 영국 해군이라는 보호막을 잃었다. 선박 피습과 나포, 침몰이 잇따르자 미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해적들과 교섭, 12개 조항에 이르는 조약을 맺었다.

미국 의회에서 이듬해 만장일치로 승인된 이 조약은 선박과 선원의 안전 항해 보장을 주요 내용으로 삼았으나 두 가지 조항이 논란을 불렀다. 첫째는 공물(貢物)을 바친다는 부수 조항. 해마다 1만2,000스페인금화를 비롯해 무기류, 마스트용 소나무와 조선용 자재 등을 미국이 바르바리에 제공한다는 내용이 단서조항으로 들어갔다. 무엇보다 큰 논란을 야기한 대목은 제11조. ‘미합중국 정부는 어떤 의미에서도 기독교에 기반을 두지 않고 이슬람교도의 법이나 종교, 평화를 결코 적대시하지 않는다. …중략… 종교적인 이유로 제기된 어떠한 구실도 두 나라 사이의 협력을 저해할 수 없다.’

트리폴리조약은 무리하게 공물을 요구하는 바르바리 해적을 미국이 급조한 해군으로 퇴치(1805년)하며 사문화했으나 ‘11조 문항 합의’는 아직도 국가 성격에 대한 논쟁이 일 때마다 근거 조항으로 등장한다. ‘공적 모임에서 기도’ 등에 대한 위헌소송에도 11조 조항은 소 제기 및 판결 근거로 쓰였다. 과연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의 속뜻을 무엇이었을까. 기독교 국가가 아니라고 강조한 11조는 이슬람 해적을 안심시키려는 제스처에 불과했을까. 1791년 수정헌법 1조에서 종교에 대한 관용과 차별을 금지한 점에 미뤄볼 때 진심이 담겼던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일부 광신과 정반대다. 타락한 종교는 도덕적 인간이 모인 사회를 비도덕적으로 변모시킨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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