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RCEP는 대단한 합의가 아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도, (미국이) 일본·한국과 한 개별 협정과도 거리가 멀다”며 “그것은 낮은 등급의 협정”이라고 말했다. 로스 장관이 RCEP의 의미를 과소평가하는 데는 다자협상 대신 미국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양자협상을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TPP에 대해 지난 2016년 대통령선거 기간부터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재앙 같은 협정”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이듬해 1월 취임과 동시에 TPP에서 탈퇴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TPP 같은 다자협상 대신 미국의 이익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양자 무역협상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RCEP는 지난 2012년부터 추진됐지만 그동안 각국의 입장차로 지지부진하다 미국발 무역전쟁을 계기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당사국인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대응하기 위해 역내 국가들 간 강력한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RCEP 타결에 적극 나섰다. 일본 역시 미국이 일본산 자동차 등에 관세 부과 문제로 압박을 가하고 일본이 주도해왔던 TPP까지 탈퇴하자 중국의 RCEP 추진에 동참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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