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시기에 제도를 시행한 영국·미국의 성과를 보면 우리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2015년부터 기업활동 관련 규제를 대상으로 부처에 감축목표치를 제시한 영국은 3년간 96억파운드(14조원)의 비용을 줄였다. 같은 기간 우리는 8,600억원을 감축하는 데 그쳤다. 2017년 규제총량관리제를 도입한 미국은 2년 만에 316억달러(37조원)를 절감했다. 이 기간 신설·강화 규제는 17개인데 폐지는 243개라고 한다. 이렇게 규제를 과감히 풀었으니 일자리 증가에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우리 제도가 규제개혁 대상에 예외를 둔데다 부처들이 소극적으로 임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생명과 안전에 대한 규제다. 이를 대상에서 빼다 보니 의미 있는 규제들은 생명·안전을 핑계로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대신 부처들이 사소한 규제들만 대상으로 다루니 현장 체감도가 높을 리 없다. 제도가 규제혁파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번거롭기만 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다 있다.
정부가 진정 규제혁파를 통해 경제를 살릴 의지가 있다면 규제비용관리제의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생명·안전과 같은 예외대상을 없애고 규제개혁 성과를 부처평가에 반영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행정연구원으로 나뉜 규제점검 역할을 하나의 상설기구로 통합해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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