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최장수 지도자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선거 부정 논란 속에 결국 대통령직에서 내려오기로 했다.
10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엘데베르 등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오후 TV 연설을 통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런 갈등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 무척 가슴 아프다”며 의회에 사의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퇴 발표는 그가 4선 연임에 도전한 지난달 20일 대통령 선거 이후 3주 만이다. 이번 선거에서 모랄레스 대통령은 40%를 득표하고 2위에 10%포인트 앞서며 결선 없이 승리를 선언했지만, 석연치 않은 개표 과정을 놓고 부정선거 논란이 제기되며 3주째 거센 시위가 이어졌다. 투표 당일 처음 나온 중간개표 결과엔 1·2위 격차가 크지 않아 결선투표가 유력한 상황이었는데, 선거관리당국이 돌연 개표 결과 공개를 중단한 후 24시간 만에 다시 내놓은 결과에선 격차가 1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던 것이다. 야권도 강하게 반발했다.
볼리비아 내에서 거센 시위가 이어지자 국제 사회도 나서 우려의 뜻을 보냈다.
하지만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들의 우려를 무시하고 야권의 의혹 제기를 ‘쿠데타 시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OAS가 선거 부정을 시사하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대통령직을 내려놨다.
지난 2006년 1월 볼리비아 첫 원주민 대통령으로 집권한 좌파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로써 거의 14년 만에 물러나게 됐다. 이번 대선에서 당선됐다면 총 19년간 장기 집권할 예정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2위를 차지한 야권 후보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은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퇴 발표 후 “독재가 끝이 났다”며 “절대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환호했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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