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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선구자 벤츠 부인

배충식 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KAIST 공과대학장)





130여년 전 1888년 8월 베르타 벤츠(Bertha Benz) 여사는 아들 둘과 함께 아침 일찍 벤츠 자동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 세계 최고급 자동차의 상징인 벤츠를 창립한 칼 벤츠(Karl Benz)의 부인이 벤츠 자동차를 타고 세계 최초로 총 거리 194km의 장거리 운전 길에 오른 것이다.

칼 벤츠는 실험을 거듭한 끝에 자동차 동력기관인 엔진 발명에 성공했다. 회사 창립 5년 만에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를 선보였고, 이후 3년이 지난 시점에 벤츠 부인은 만하임을 떠나 친정인 포르츠하임까지 모험의 대장정에 나섰다. 자동차의 실용성을 직접 실험하고 세상에 알리는 대업을 위해서다. 아버지가 늦게까지 일하고 늦잠을 자는 사이 어린 아들들은 용감한 어머니를 믿고 대담한 여행을 떠났다. 2박3일간 세 모자는 포장도 되지 않은 마찻길을 주파했다. 약국에 들러 휘발성이 높은 화장수를 사서 연료로 쓰고, 목제 브레이크를 틈틈이 가죽 브레이크 패드로 교체하고, 늘어난 체인과 금 간 기어는 대장간에서 바꿨다. 막힌 연료 유입구를 벤츠 부인의 모자 핀으로 뚫어 해결하기도 했다. 세 모자는 세계 최초 장거리 도로 주행자로 기록되기에 손색없는 기술적 자질과 용기를 갖추고 있었다.



베르타 벤츠 부인은 진정한 실천적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녀는 다양한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영업에도 성공적인 지도력을 보였다. 그렇다고 남편에 앞서 경영의 일선에 나서지 않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말년에 칼 벤츠는 부인 베르타에 고마움을 전하며 “그녀는 가장 믿음직한 조력자이자 안내자로서 어떠한 난관이나 역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도록 밝혀준 등불이었다”고 회고했다. 실제 베르타 벤츠 부인은 어려운 일이 발생할 때마다 실험실로 함께 돌아가 밝은 모습과 긍정적 마음으로 조수 기술자 역할을 했다고 한다.

벤츠는 6월 새로운 디젤엔진을 가진 자동차를 내놓았다.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같은 유해배출물을 대폭 줄여 2ℓ 디젤엔진의 경우 가장 까다로운 ‘유로 6d(Euro 6d-Temp)’의 규제 치인 1km당 80mg을 훌쩍 넘은 7.36mg을 이뤘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자동차업계가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었다. 폭스바겐이 ‘연비 챔피언’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배기정화 장치를 조작하면서 초래한 ‘디젤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과다. 사실 이 정도 유해배출 수치는 서울을 비롯한 웬만한 대도시에서는 오히려 자동차가 공기정화기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다.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면서 내몰고 없애기에 혈안이 된 현상과 대비되는 벤츠의 기술개발 성과를 보면서 떠오른 인물이 바로 베르타 벤츠 부인이다. 95세까지 벤츠가 위기를 극복하고 융성하도록 도왔던 조력자였으며 진정한 기술자이자 선구적 경영자였던 베르타 벤츠의 긍정적이고 밝은 위기 극복의 실천적 리더십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벤츠의 기술진보로 발현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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