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내놓은 고위험 사모펀드의 은행 판매 금지가 기업의 자금조달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순히 은행 제재 효과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자금경색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원금 손실이 최대 30% 이상 날 가능성이 있는 사모펀드를 은행에서 판매할 수 없도록 하면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편입시킨 메자닌·코스닥벤처펀드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메자닌과 코스닥벤처펀드의 경우 은행권에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중소·벤처기업이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했다. 결국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소·벤처기업들의 유일한 자금조달 창구가 이번 파생결합펀드(DLF) 재발 방지대책으로 막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형 헤지펀드의 설정액은 34조7,038억원(20일 기준)이다. 이 가운데 메자닌펀드가 2조2,557억원, 코스닥벤처펀드가 2조475억원이다. 특히 지난해 4월 정부가 벤처기업 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코스닥벤처펀드를 내놓자 시장이 커졌다. 코스닥벤처펀드가 전체 자산의 절반을 코스닥 상장사(35%)와 벤처기업(15%)에 투자하는 구조다 보니 상대적으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았던 중소기업의 숨통을 틔우게 했다.
통상 2~3년 사이에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 특성상 내년 4월 이들 펀드의 만기가 1차적으로 도래하게 된다. 내년 4월 메자닌펀드의 만기 도래액만 9,850억원에 달한다. 증권사 PBS에 등록되지 않은 메자닌펀드를 포함하면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번 규제로 일반 개인투자자의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되면서 만기연장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 시중은행 자산관리(WM)부문 임원은 “은행에서 헤지펀드 판매를 이미 ‘올스톱’ 시켰다”며 “내년 만기가 오는 1조원은 만기연장을 시킬 수 없고 청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도 “금융당국 규제로 인해 은행이나 증권에서도 총액인수를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한 사모펀드 운용사나 자금조달이 실패한 기업들의 도산도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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