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말 1,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흥행을 이끈 영화 ‘신과 함께: 죄와 벌’의 첫 장면에는 화재현장에서 어린아이를 감싸 안고 건물에서 떨어지는 소방공무원 김자홍이 등장한다. 아이는 무사히 구조했지만 그는 저승사자를 맞이하며 영화가 시작된다. 공직에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공무상 재해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공무원 재해보상법’을 제정했다. 보상 수준을 민간과 유사하게 높이고 재직기간에 차별 없이 보상토록 개선해 유족의 생활을 보다 두텁게 보장했다. 현장공무원의 다양한 근무상황을 반영해 위험직무순직 요건도 확대했다. 그 결과 과거 인정받지 못했던 말벌집 제거, 유해동물 포획 등과 같은 생활안전 활동도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인사처는 이 같은 금전적 보상뿐 아니라 재활을 통한 직무복귀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무원도 근로복지공단 재활병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9월 대구 근로복지공단 재활병원을 찾았다가 마침 퇴원하는 한 경찰공무원을 만났다. 그는 현행범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무릎 부상을 당했다. 재활치료 후 큰 무리 없이 걷는 그를 보면서 무사히 직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 공무상 재해를 입은 공무원 약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무 복귀 비율이 95%로 나타났다. 이는 재해를 입은 후 1년6개월 이내에는 대부분이 복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무원 재해발생률은 2018년 기준 0.52%로 2014년 0.46%에 비해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재해가 발생하면 보상이 필요한 문제도 있지만, 업무 단절로 대국민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 그간 재해예방 정책이 일부 직종별로 마련되기는 했으나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종합적인 대책은 없었다. 이에 인사처는 올해 6월 ‘중장기 공무원 재해예방 종합계획’을 마련했다.
인사처는 이처럼 ‘재해예방-보상-재활’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 공무원이 재해 걱정 없이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는 ‘공무원 책임보험’도 도입된다. 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 민원인으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개인 입장에서는 재해만큼이나 크나큰 부담이다. 그간 공무원 개인이 스스로 소송에 대응했지만 앞으로는 소송비용과 손해배상액을 국가가 가입한 보험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중미 과테말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걱정 인형’이 있다. 몇 년 전 국내 보험사 광고에서도 활용돼 큰 인기를 끈 인형인데, 아이가 걱정으로 잠을 자지 못할 때 인형이 대신 걱정해줄 것이라며 부모가 선물한 데서 유래됐다. 공무원이 안심하고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이제는 정부가 걱정 인형이 돼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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