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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국건축문화대상-우수상]주한 스위스 대사관, 지형에 순응한 설계로 자연과 공존

안마당에 목재 대들보까지

한옥 양식 고스란히 담아

주한스위스대사관은 언덕의 지형을 거스르지 않고 옛마을의 기억을 담아 나즈막하게 엎드린 3층 건물이다.






주한 스위스 대사관은 1974년부터 서울 종로구 돈의문 마을의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2003년부터 돈의문 일대가 재개발돼 21층 높이의 아파트들로 채워지면서 이곳에는 과거의 흔적들이 지워졌다. 스위스 정부도 1974년부터 써온 낡은 건물을 허물고 2017년 새 대사관을 지었다. 스위스 대사관이 선택한 건축은 변화를 선도하는 최첨단 시설이 아니라 옛 마을의 정감을 남기는, 지형에 순응한 건물을 짓는 방식이었다.

지난해 10월 준공한 신축 주한 스위스 대사관은 총 3층 높이로 가운데 마당을 회백색 건물이 감싸 안은 형태다. 가장 낮은 부분의 3층은 나선형 구조를 따라가다 높은 부분의 1층이 된다. 이는 경사가 있는 언덕의 지형을 그대로 따르기 위한 설계다.

건축물은 우리나라의 전통과 유럽의 특징들이 골고루 섞여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안마당이 대표적이다. 화강석이 깔린 마당은 대사관의 한가운데 자리 잡은 핵심 공간으로 우리 전통의 마당과 유럽 도시 광장을 융합하는 공간이다. 이래건축은 “새 스위스대사관의 너른 안마당은 외교, 행정, 공보, 주거 등 각기 다른 기능을 한데 모으기 위해 전통 한옥 양식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실제 건축 설계도 스위스의 건축사무소 ‘버크하르트+파트너’와 한국의 이래건축이 협업했다. 스위스 건축회사는 설계 전 부석사나 소수서원 등 우리 전통 한옥을 답사하기도 했다. 이에 대사관 내부 곳곳에서 격자무늬 창 등 우리 전통한옥의 특징이 녹아있다. 목재 대들보 등이 반복되는 구조도 한옥의 특징이다.

주요 건축 소재로 나무를 사용했다는 점 자체도 두 나라의 특징을 담고 있다. 목재는 한국 전통 건축의 개성을 담고 있는 소재기도 하지만 동시에 스위스의 건축 구조재로 보편적으로 쓰이는 자재이다. 건물의 곳곳에는 목재를 적용하고 처마를 구현해 한국의 미를 드러내고 있으며, 건물 내부 역시 천장에 서까래를 연상시키는 형태가 구현돼 한옥의 느낌을 내고 있다. 회의실 등 내부 곳곳의 공간은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듯한 친숙함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바닥에서 시작하는 네모 반듯한 창의 형태, 긴 테이블 등 사무용 가구가 어울려 유럽의 주한 대사관다운 무게감도 담아냈다. 설계사 측은 이를 두고 “대사관의 구조체, 내장 곳곳에 한국인의 장인의 숨결과 스위스 건축의 섬세하고 단순한 디테일의 정교함이 녹아있다”고 표현했다.

새 스위스 대사관은 친환경 건물이기도 하다. 빗물은 지하 탱크로 모아서 정수한 뒤 화장실과 난방에 활용한다. 또 지열과 태양열을 이용해 대사관에서 쓰는 모든 냉방과 난방, 전기를 자급자족한다.

이래건축은 “돈의문 마을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대사관은 이곳의 옛 한옥, 정감 어린 골목길을 추억할 수 있도록 나즈막하게 걸터앉은 수평적 건물로 재탄생 시키고자 했다”며 “새 대사관 건물은 주변 자연의 힘에 순응하는듯한 모습으로 주변 경관의 축적된 기억과 맥락을 잇는 연결고리로서 오랫동안 자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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