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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파키스탄 잠수함 침몰 사건

승조원 92명 전원 사망





1971년 12월4일 밤 벵골만 카라치항 입구. 파키스탄 해군 잠수함 가지호(PNS Ghazi·사진)가 폭발과 함께 가라앉았다. ‘무슬림 전사’를 의미하는 ‘가지’호가 인도 해군의 본거지인 카라치항에 잠입했던 이유는 기뢰 부설. 동파키스탄(방글라데시) 독립을 둘러싼 3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이 터지기 전에 출항해 인도 해군의 발을 묶으려던 가지호는 왜 침몰했을까. 인도는 기뢰 부설작업을 시작하자마자 인도 해군 구축함 라지푸트함에 발각돼 폭뢰 공격을 받아 격침됐다고 주장한다. 파키스탄은 잠수함 내부의 사고로 폭발이 일어났다는 입장이다.

인도가 침몰 원인을 조사하자는 외국의 제의를 거부해 파키스탄의 주장인 사고설에 무게가 실리지만 가지호 침몰은 여전히 미스터리의 영역이다. 분명한 사실은 세 가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벌어진 잠수함전에서 승조원 92명 전원이 사망했으며 기술과 자금이 승패를 갈랐다는 점이다. 파키스탄은 인도와의 세 번째 전쟁에서 사실상 항복해 방글라데시를 잃고 해전에서도 크게 밀렸지만 잠수함전에서는 지지 않았다. 가지호 침몰 닷새 후 또 다른 잠수함 한고르(PNS Hangor)호가 인도 해군을 혼쭐냈다.



가지호는 미국 해군이 2차 세계대전 말기에 29척을 건조한 트렌치급 잠수함이다. 길이 95m에 수중 배수량 2,460톤으로 덩치는 컸으나 기본적으로 구형이었다. 전쟁이 터지기 전에 터키에서 기뢰 부설 장비를 부착하는 개조를 받았어도 신뢰도는 장담하기 어려웠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과하는 소련 흑해 함대를 추적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던 터키는 미국에서 관련 기술을 넘겨받았던 터. 이슬람 형제국인 파키스탄의 잠수함을 우호적인 가격으로 개조해줬으나 실전에서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군사 기술의 신뢰도와 운용 능력은 안전은 물론 승패를 결정한다.

잇따른 패배에 파키스탄이 절망할 무렵 바다에서 승전보가 날라왔다. 전쟁 1년 전에 프랑스에서 제 돈을 다 주고 구매한 중형 잠수함 한고르호(수중 배수량 1,038톤)가 인도 해군 호위함 쿠크리를 어뢰로 격침한 것. 항공모함까지 보유했던 인도 해군은 한고르호의 작전 반경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전쟁 종결 뒤 세계 각국은 잠수함의 위력을 확인하고 신형 건조와 도입에 열을 올렸다. 한국은 구형 잠수함 인수 요청마저 미국에 거절당해 발만 굴렀지만 오늘날은 디젤 잠수함의 기적을 이룬 나라로 손꼽힌다. 개념만 연구하다 독일제 잠수함 도입을 시작으로 중형 잠수함을 독자 설계·건조·수출하는 수준에 올라섰으니까. 자랑스럽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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