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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인문학] 토성 최대위성서 원시 지구를 만나다

■별들과의 대화- 완성된 타이탄 지도

-심채경 경희대 우주과학과 학술연구교수

탐사선 '카시니'호 13년간 밝혀낸

타이탄엔 드넓은 평야·호수·사막 존재

태초 지구와 비슷한 환경 두루 갖춰

완성된 지도는 구획 정한 지형도 수준

인류, 타이탄서 두번째 탐험 준비

美 나사 2026년 우주드론 보내면

외계 생명체 발견 꿈 이루어질수도

지난달에 드디어 타이탄의 지도가 완성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구에는 달이 하나뿐이지만 토성의 하늘에는 수십개의 크고 작은 달이 제각각 뜨고 진다. 그중 가장 큰 위성이 타이탄이다. 지난 1997년 미국과 유럽은 토성과 그 주변을 탐험하기 위해 거대한 탐사선 ‘카시니’호에 불을 붙였다. 7년간의 긴 항해 끝에 토성 궤도에 도착한 카시니는 2004년부터 2017년까지 13년간 탐사 대장정을 펼쳤고 그동안 타이탄 주위를 120여 차례 선회했다. 지난달 발표된 타이탄 지도는 카시니를 통해 13년간 얻은 관측자료가 차곡차곡 쌓여 완성된 것이다.

카시니 이전에는 타이탄의 지도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지상에서 가장 큰 망원경으로 봐도 포슬포슬한 주황색 공 모양으로만 보였다. 지구의 황사보다 훨씬 짙은 주황색 연무로 가득 찬 두터운 대기가 지표면을 온통 가리고 있어서다.

카시니 탐사선이 적외선으로 본 타이탄 표면.




그러나 카시니가 가까이에서 여러 파장으로 관찰한 타이탄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다. 드넓은 평원 군데군데에 작은 바다로 오해할 만큼 커다란 호수가 여럿 있는가 하면 적도 지역에는 지구의 사하라 사막에서 볼 법한 사구(모래언덕)지대가 바람결을 따라 줄무늬를 이룬다. 끝없이 펼쳐질 것만 같던 사막은 여러 산맥이 얽히고설킨 듯한 산악지대로 이어지는데 이곳은 눈얼음이라도 숨겨놓은 듯 밝게 빛난다. 흔히 크레이터라고도 부르는 충돌구는 제한적으로 몇몇 장소에서만 발견됐다. 짙은 대기 탓에 웬만한 유성은 표면으로 추락하기 전에 다 타버리기 때문이다.

고위도 지방에는 천문학자들이 ‘미로’라는 별명을 지어준 지역도 있다. 물이 빠져나간 갯벌 같기도 하고 미로공원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같기도 한 이 독특한 지형은 지구의 카르스트 지형처럼 암석 일부가 빗물 같은 것에 녹아내려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타이탄에서도 비와 구름의 순환, 침식 작용이 일어나고 인류가 타이탄으로 이주해도 지구과학 선생님은 자신의 직업을 유지할 수 있다. 지구와 다른 점은 비의 성분이 메테인·에테인 같은 독성물질로 돼 있어 우리가 그 비를 맞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타이탄에는 메테인의 호수에 빠져도 끄떡없는 놀라운 생명체가 있을지. 지구에도 메테인을 먹고사는 미생물이 산다.

타이탄의 지도가 완성됐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카카오맵에서 하듯이 위성사진으로 속속들이 들여다볼 만큼의 고해상도 영상으로 지도가 채워진 것은 아니다. 여러 장비로 얻은 다양한 자료를 통해 지형의 특성을 몇 가지로 분류하고 구획을 정했을 뿐이다. 어디까지는 사막, 어디까지는 호수 하는 식이다. 그러니 ‘지형도’가 완성됐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물론 우리는 타이탄 표면의 자세한 사진도 가지고 있다. 해상도가 사진 속 돌멩이의 개수를 셀 수 있을 정도로 높다. 안타깝게도 딱 한군데의 사진뿐이다.

카시니 탐사선은 토성이 지배하는 세계로 떠나면서 타이탄을 위한 특별 패키지, 하위헌스 탐사정을 가지고 갔다. 카시니가 타이탄 근처를 지나면서 하위헌스를 내려보냈고 200㎞ 상공에서 낙하산을 편 하위헌스는 대기성분과 바람의 속도 등을 분석하며 천천히 내려온 뒤 72분 동안 표면의 사진을 찍었다. 이 낙하지점이 우리가 타이탄에 대해 아주 자세히 살펴본 유일한 장소다. 그 상공의 바람이 우리가 타이탄에서 느껴 본 단 한 번의 바람이었다.



‘우주 드론’ 드래곤플라이 상상도. /NASA


이제 인류는 타이탄에서 두 번째 바람을 맞으러 갈 준비를 한다. 이번에는 그 바람을 타고 놀아보려고 한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오는 2026년 타이탄에 잠자리라는 이름의 드론 ‘드래곤플라이’를 보낸다는 계획이다. 위·아래에 네 개씩, 총 여덟 개의 로터가 달린 듀얼 쿼드콥터 드래곤플라이는 한 번에 한 시간가량, 수십㎞ 이상의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타이탄의 중력이 지구의 7분의1가량에 불과한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한 차례 탐험을 마치면 표면으로 내려와 방사성동위원소열전발전기(RTG)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다. 이렇게 탐사와 충전을 반복하며 2년 이상 활동할 예정이다. 우주 드론이 날아다니며 사진을 찍은 지역에 대해서는 자세한 지도를 얻게 될 것이다. 사진뿐 아니라 질량분석기 등을 통해 대기성분 분석 결과도 얻을 예정이다.

타이탄은 우주 드론이 활약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지구와 비슷한 1.5기압의 대기가 있기 때문이다. 달과 수성에는 대기가 없으니 날개가 몇 개라도 양력을 받지 못한다. 화성이라면 대기가 조금 있다. 비록 지구 대기의 1%에 불과하지만. 그러나 우리 인류는 컴퓨터 한 대가 어지간한 교실 크기였던 50년 전에 이미 달에 사람을 보냈다가 무사히 귀환시킨 종족이 아닌가. 화성에서 쓰일 헬리콥터 드론은 이미 거대한 진공 체임버 안에서의 성능시험을 마치고 내년 6월 발사를 기다리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유럽우주국(ESA)은 타이탄에 열기구를 띄워 탐사하는 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나 경제 위기와 함께 세계 각국의 우주탐사 계획이 상당수 수정 또는 통폐합되면서 타이탄 열기구의 우선순위도 하향조정됐다. 그러나 타이탄은 돈 문제로 탐사를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곳이다. 지구와 비슷한 구성 성분, 대기의 순환, 수없이 많이 발견된 유기물질…. 생명체를 찾아 태양계를 방문한 외계인이 지구 다음으로 들릴 곳은 필경 타이탄이 아니겠는가. 타이탄의 환경은 생명체가 등장하기 직전의 지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이미 그곳에서도 첫 생명이 잉태됐는지 모른다. 그래서 지구상의 우리도 타이탄으로 자꾸만 향한다. 낙하하는 탐사정에 이어 이번에는 끝없이 다시 날아오르는 드론을 가지고. 60년 전 미국의 소설가 커트 보니것이 ‘타이탄의 사이렌’을 통해 예언했듯이 우리의 우주 방랑은 타이탄으로 향한다.

심채경 경희대 우주과학과 학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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