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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공격정치의 암울한 미래

손병권 중앙대 교수·정치국제학

"지지세력 결집해 입지 굳히자"

상대정당에 무차별적 공격 판쳐

양보·타협의 '수비정치' 실종

통합 대신 나라 분열만 부추겨

손병권 중앙대 교수




또 이렇게 한 해가 가고 있다. 어둡고 답답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는 면에서 올해도 여전히 암울한 한 해였다. 경제는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청년들은 좌절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 양측에서 공격받는 주택문제에서 정부는 이미 한참 전부터 마이너스의 손이 돼버렸다. 한미관계도 쌍방 조정 미숙으로 혈맹이라는 말이 무색한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는데 중국은 여전히 시비를 따지는 등 한중관계 역시 원만하다고 보기 어렵다. 한일관계는 변곡점을 기대해보지만 지금까지는 우하향 기울기로 악화해왔다. 북미 관계 역시 북한의 미사일 추가실험 가능성을 두고 한반도 주변에 세계 몇 대밖에 없다는 미군 정찰기가 나타나는 상황으로 변했다. 북한의 미심쩍은 움직임에 한미 정상이 전화통화를 나눈 것으로 보아 긴장국면으로 진입한 것 같다.

꼬일 대로 꼬일 국내외 문제를 두고 정치권은 선거제도 변경과 사법개혁 문제를 둘러싼 일촉즉발의 대치 국면을 벌이고 있다. 해법은커녕 정치권 자체가 문제가 돼버린 감마저 있다. ‘정치는 어느 정도 싸우기도 하는 거야’라며 살짝 격려하는 것도 이제는 실없는 짓이 돼버렸다. 자유한국당 원내총무 경선 이후 일말의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몇 달 후 총선을 앞두고 있어 그리 간단히 풀릴 것 같지는 않다.

경직되고 대치국면으로 치닫는 정치의 이면에서는 공격정치형의 정당정치가 자리 잡고 있다. 상대방에 대한 공세를 통해서만 내가 속한 정당의 생존력과 경쟁력이 유지된다는 논리다. 양보와 타협의 수비정치는 ‘전원 공격만이 최선의 방어’라는 총공세 정치의 논리 앞에 목소리를 낼 여지가 없어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정치는 중도층이나 무당파에게도 지지를 호소하기보다 자기 진영의 지지세력을 결집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지지세력을 잠시 ‘베이스(base)’라고 불러보자. 그 어느 때보다도 요새 정치지도자들은 베이스의 요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베이스를 자극해 자신의 입지와 정책을 굳혀보겠다는 입장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베이스와 지도자가 서로 공명하며 상대방에 대한 공격정치를 펼치는 것이다.

베이스 중심의 공격정치가 전개되다 보면 나라도 두 개, 국민도 두 개가 된다. 정책에 대한 입장도 극과 극으로 다르다. 한쪽에서는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가 한국의 안보를 가져온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대북억제를 통한 안보 확립이 평화를 가져온다고 외친다. 혹자는 무당파가 늘어나는 작금의 상황을 이렇게 극단적으로만 볼 수는 없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 무당파 유권자는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약해 베이스를 필적하는 견제세력이 되기 힘들다.

사태를 더 풀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베이스가 정책에 공감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하는 정당에 대한 집단적 일체감으로 인해 그 정당의 정책을 ‘묻지 마’ 식으로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정당지지자가 정책과 무관하게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베이스 내에서 집단일체감만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세력이 커지고 또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런 세력을 추동하는 힘은 상대 정당에 대한 강한 혐오감이어서 더욱 문제다. 혐오감보다 더 강하게 행동을 유발하는 요인도 많지 않아 보인다. 불행히 새해에도 이런 정치지도자-베이스 관계에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의 해법이 또 여론과 광장에서 나오기를 예견해야 하는 상황이라 더욱 암울하다. 위로가 있다면 이 모든 과정이 더 나은 한국 정치를 만드는 성장통이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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