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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대우회장 별세] 자본금 500만원에서 재계2위, 그리고 해체까지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자본금 500만원에서 재계 2위까지, 그리고 그룹 해체까지. 고(故) 김우중 전 회장보다 먼저 사라진 대우그룹은 한국 경제의 압축 성장기부터 외환위기에 이르기까지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보여준 단면과도 같았다. 열 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직원 5명으로 시작해 세계를 호령했지만 외환위기를 맞아 공중분해 되며 ‘대우’라는 이름만 흔적처럼 남았다.

대우그룹은 1967년 3월 22일 셔츠 내의류 원단을 동남아시아에 팔던 대우실업으로 출발했다. 대우실업은 김 전 회장의 사업가적 기질과 정부의 수출 육성책이 시너지를 내며 급성장했다. 트리코트 원단과 제품을 수출해 첫 해부터 58만 달러 규모의 수출실적을 올렸고 인도네시아 , 미국 등지로 시장을 개척하는데 성공했다. 1968년에는 수출 성과를 인정 받아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기회가 열려있던 고도성장기. 김 전 회장은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대그룹으로의 확장을 꿈꿨다. 1973년엔 한 해 동안 대우기계, 동양증권, 대우건설 등 10여 개의 회사를 인수했고, 1976년에는 한국기계와 옥포조선소를 묶어 조선업을 시작했다. 현재도 대우조선해양으로 남아있는 대우중공업이다. 1978년엔 자동차 사업으로도 진출했다. 대우자동차의 전신 새한자동차를 인수하고, 1983년 대우자동차로 이름을 바꿨다. 1974년 세운 대우전자는 1983년 대한전선 가전사업부를 더한 뒤 주력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의류 원단을 수출하던 회사에서 현재까지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전자, 자동차, 조선업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형그룹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룹의 상징이었던 서울역 앞 대우빌딩(현 서울스퀘어)도 1977년 완공됐다. 지상 23층으로 당시 한국에서 가장 큰 건물이었다.

대우그룹은 이 시기 ‘세계경영’의 터를 닦기도 했다. 1969년 한국 기업 최초로 해외 지사(호주 시드니)를 세웠고, 1976년 에콰도르, 1977년 수단, 1978년 리비아 등 현재에도 생소한 시장에 진출하며 해외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창사 15년 만에 자산 규모 국내 4위의 재벌로 성장한 대우그룹은 1990년대에도 확장을 이어갔다. 특히 1990년대 동유럽이 몰락하면서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우즈베키스탄 등지에서 자동차공장을 인수하거나 설립하며 대우그룹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 잡은 ‘세계 경영’을 완성했다. 대우그룹은 절정기에 396개 현지법인을 포함, 해외 네트워크가 589곳에 달했다. 재계 순위는 삼성과 LG보다 높은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국내 10만5,000여 명, 해외 22만 명으로 임직원은 30만 명이 넘었다.

하지만 국가적 위기였던 외환위기는 대우그룹에도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하며 외형을 확대하는 방식의 경영은 외부 환경이 최악으로 치닫자 독이 돼 돌아왔다. 확장에 치중해 구조조정은 해 본 적이 없던 대우그룹은 국가신용등급이 추락하고 해외 채권자들의 상환 요구가 거세지자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회사채 발행제한 조치, 외국계 금융사의 부정적 평가가 이어지며 그룹 사정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당시 그룹 구조조정의 핵심이던 대우차와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 추진, 삼성차-대우전자 ‘빅딜’이 어려움을 겪었고 새로 출범한 정부의 경제관료들과 김 전 회장이 마찰을 빚으며 그룹 해체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대우그룹은 41개 계열사를 10개로 줄이겠다는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지만 결국 모든 계열사가 워크아웃 대상이 되면서 끝내 해체됐다. 당시까지 한국 경제를 지배하던 ‘대마불사’, 큰 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신화가 깨졌던 순간이었다. 여기에 2000년 수십 조원 규모의 분식회계가 적발되며 대우그룹의 성장 신화는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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