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의 압승이 확정된 직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후속절차를 논의하는 등 포스트 브렉시트 협상 준비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영국 보수당의 과반 의석 확보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브렉시트 후속절차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다만 내년 말까지 예정된 브렉시트 전환(이행) 기간에 대해 당사자인 영국과 EU의 입장이 달라 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4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방송사 RTE 등에 따르면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정상회의가 열린 가운데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 정상은 브렉시트 후속조치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 정상은 협상을 신속히 시작할 수 있도록 새 영국 의회가 양측이 지난 10월 타결한 브렉시트 합의안을 신속히 비준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EU가 영국 총선 다음날 바로 브렉시트 후속절차 논의에 착수한 것은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까지 40여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수당의 과반 의석 확보로 내년 초 브렉시트를 단행하겠다는 존슨 총리의 계획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존슨 총리는 총선 캠페인 기간에 보수당이 승리하면 크리스마스 이전에 브렉시트 합의안을 새 의회에서 통과시킨 뒤 당초 예정대로 내년 1월 말 EU에서 탈퇴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새 보수당 정부는 17일 출발한 뒤 19일 ‘여왕 연설(Queen’s Speech)’을 통해 주요 입법계획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존슨 총리는 영국과 EU 간 합의한 탈퇴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영국 내부적으로 필요한 각종 법안을 포함한 EU 탈퇴협정 법안(WAB)을 상정해 20일 내지 23일 제2독회까지 완료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법안 심사과정은 3독회제를 기본으로 한다. 세 번의 독회를 끝내고 의결이 되면 하원을 최종 통과하게 되고 이후 상원을 거쳐 ‘여왕의 재가’를 얻으면 정식 법률이 된다.
영국이 예정대로 브렉시트 결정을 내리면 EU와 영국은 내년 말까지로 합의한 브렉시트 전환기간 동안 무역을 비롯해 안보·외교정책·교통 등을 망라하는 미래관계 협상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자유무역협정도 논의해야 돼 11개월 안에 협상을 마무리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 정상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EU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의 무역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우리 앞에 있는 시간표는 매우 도전적이다. 가능한 빨리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정상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그것(영국과 EU의 협상은)은 무역·어업·안보협력·외교정책에서 여러 관계에 대한 것으로, 매우 복잡할 것”이라며 “특히 내년 말까지 빨리 끝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라고 밝혔다.
이에 EU는 영국에 이행기간 연장 요청을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영국과 EU의 협상 내용이 복잡한 만큼 이번 정상회의에서 연장 제안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환기간은 한 차례에 한해 1∼2년 연장할 수 있다.다만 이를 위해서는 영국 정부가 2020년 7월1일까지 EU에 연장 요청을 해야 하며 영국과 EU 모두가 동의해야 한다. 전환기간에 양측은 기존에 합의한 ‘미래관계 정치선언’을 기반으로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존슨 총리가 내년 말까지 모든 절차를 끝내겠다는 입장이어서 이행기간 연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존슨이 매우 야심 찬 무역합의를 원한다면 야심 차게 규제를 수렴해야 할 것”이라며 영국을 압박하고 있고, 영국 입장에서도 브렉시트 이후 금융 서비스 허브 역할 유지 등 EU와의 완전한 결별 전 협상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즐비해 연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만약 영국이 EU와의 협의를 통해 전환기간 연장을 받아들일 경우 브렉시트는 이르면 오는 2022년, 늦어질 경우 2023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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