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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부작용 양산하는 현금복지 더 늘리자니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현금복지’를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고 있다. 박 장관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현금은 수요자의 욕구를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인데 왜 질타하는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복지예산 중 현금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60%인데 우리는 40% 정도로 낮다”고 강조했다. 현금복지가 빈곤층을 쉽게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행정편의적 측면만을 강조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현금복지의 속도와 시행방식이 도를 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회에 따르면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현금성 직접지원사업 예산은 올해보다 12.5% 늘어난 54조3,017억원이다. 현금성 예산은 2017년만 해도 전년 대비 5.9% 증가에 그쳤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8년 14.9%, 올해는 16.6%로 급격히 늘었다. 지방자치단체의 현금복지 증가세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해남군에서 처음 시행된 농민수당은 한달 새 40여개 지자체로 번졌다. 이렇게 경쟁적으로 현금복지를 늘리다 보니 중복편성 문제가 심각하다. 중앙정부가 노인(소득 하위 70%)에게 월 3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는데도 지자체가 ‘어르신 공로수당’이라며 10만원을 주는 식이다. 내년도 현금지원 예산사업 중 이런 중복사업 규모만 23조원에 달한다는 추정치도 나와 있다. 게다가 청년수당으로 현금을 받아 다른 곳에 쓰는 등 용처가 파악되지 않는 문제도 심각하다. 지자체장들이 현금복지를 줄이자며 별도의 논의기구까지 만든 것은 이런 폐단을 줄이기 위해서다. 오죽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 세금으로 선거운동을 한다는 얘기마저 나오겠는가. 내년 예산 중 증액된 예산의 47%가 노동·복지·보건 분야에 집중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무분별한 복지는 결국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 자식세대를 고통으로 몰고 갈 뿐이다. 정부는 마구잡이로 현금복지를 늘릴 게 아니라 경제를 살려 일자리를 늘리는 데 힘써야 한다. 그것이 분배를 개선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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