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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분리로 조합지원 부실화..금융지주 농축협과 경합"

김병국 농업연구소장 "경제지주의 조합지원 사업 중앙회로 귀속시켜야"

"농산물 유통 직거래 확대 필요…농축협이 견고해야 농업·농촌 지속가능"

김병국 한국농업연구소장이 “농협 신경분리 이후 문제점을 개선하고 농산물 유통 직거래를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김 소장




“농협 신경분리 이후 조합 지원도 부실해지고 시장 경쟁력도 상실했습니다. 경제지주는 조합 지원은 커녕 자신의 안위마저 걱정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금융지주는 농축협과 경합하는 관계로 변하고 있습니다. 농축협이 견고해야만 농업도, 농협도 지속 가능합니다.”

김병국(68·사진) 한국농업연구소장은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농협경제지주가 농축협에 지원하는 조합지원 사업을 농협중앙회로 귀속시켜 충실한 농축협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부실에 빠진 서충주농협 조합장으로 취임, 지난 3월까지 근무하며 우량조합으로 탈바꿈시킨 바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며 농산물시장 개방 우려가 높은데.

△1995년 WTO가 출범한 후 2018년까지 농축산물 수입액이 69억 달러에서 274억 달러로 급증했고,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이행으로 수입량이 계속 늘어나 국내 시장이 잠식되고 있다. 앞으로 농업협상이 진행되면 기존의 조건을 그대로 유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다른 산업분야의 협상 우위를 위해 농업을 희생양으로 삼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 전체 정부 예산의 3%에도 못 미치는 농업예산을 4% 이상으로 확대하고 직불제 예산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은 식량안보, 농촌개발, 대기·수질 정화, 경관보전, 전통문화 계승 등을 조건으로 직불금을 지급하고 있다. 우리도 법률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반영시켜야 한다. 수입보장보험, 자동시장격리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대체법안(무역이득공유제) 등 농가 소득보전을 위한 보완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시장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농업과 기존 산업 간 무역이득공유제는 어떻게 보나.

△2015년 한·중 FTA가 발효되면서 시장개방에 따른 농업계의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으로 ‘무역이득공유제’가 심도 있게 논의된 적이 있다. 하지만 대기업의 반대로 법제화되지 못하고 타협의 산물로 ‘농업촌 상생 협력기금’을 도입하기로 했다. 수혜를 보는 기업의 기부를 받아 농업·농촌을 지원하기 위해 연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으나 올해 9월 기준 목표액 대비 20% 수준에 불과하다. 무역이득공유제는 농업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한 대책일 뿐만 아니라 식량안보, 농업의 환경가치, 농촌 유지·발전 등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미래 세대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준조세 정책의 범주 안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농촌 공동화를 막기 위해 농민수당 도입 이야기도 나오는데.

△최근 지자체와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농민수당 도입을 위한 논의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혹자는 농민수당을 선심성 포플리즘이라고 비판하지만 농업·농촌의 절박한 현실을 잘 모르는 것이다. 우루과이 라운드(UR) 이후 많은 예산이 농업 인프라와 연구개발에 투자되었지만 대부분 농식품 후방산업과 소비자 후생 증대에 쓰였다. 정작 농가소득 향상은 극히 미미했다. 농민수당은 식량안보와 국민 건강 등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사회적 가치평가다. 노령농에게는 복지수당으로, 청년농에게는 기본소득으로 작용하며 활력 있는 농촌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농촌 현실이 어려운 때일수록 농협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데.

△1,118개의 조합으로 구성된 농축협 네트워크는 농업인과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농업 벨류체인의 시작과 끝이다. 농축협은 지난 반세기 동안 농산업의 시장실패를 방어하며 공익적 가치를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종합 농협의 틀 안에서 신용사업을 통해 경제사업을 지원하는 구조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한국형 협동조합모델로 단단하게 뿌리를 내렸다. 하지만 농촌소멸 위험, 도·농 조합간 격차 확대 등으로 농축협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든다. 무엇보다 주인인 농민 조합원이나 농축협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협동조합 경영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협동조합에 답이 있다.



- 농협 ‘신경분리’가 이뤄진 뒤 농민 지원사업이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오는데.

△2012년 농협중앙회에서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를 분리한 배경은 경제사업을 시장지향적으로 재편해 사업경쟁력을 제고하고 농산물 판매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경제지주는 조합지원은커녕 자신의 안위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과거 농협중앙회 시절에 경제사업을 신용사업 수익으로 보전할 때보다 농축협 지원이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농축협과 밀착도가 높은 시·군 지부가 경제지주로부터 독립돼 농축협과의 사업연계, 지자체와의 농정연계 측면에서 애로를 겪고 있다. 농축협이 종합사업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농협중앙회는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로 분리돼 원스톱 조합 지원에 어려움이 있다. 농축협 지원사업의 경우 농협중앙회와 경제지주의 통합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신경분리 뒤 금융지주와 농축협 경합 문제도 불거지고 있는데.

△종합농협의 틀 안에서 농축협과 금융지주를 한 방향으로 모아야 한다. 하지만 협동조합의 소유·통제 원칙이 무너지면서 농축협과 금융지주가 경쟁하는 관계로 변질되고 있다. 협동조합의 근간인 농축협의 눈높이에서 농축협과 금융지주가 경쟁하는 사업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때다. 상호금융 역시 전문 자산운용기관으로 거듭나 ‘농축협수익센터’ 역할을 획기적으로 제고해야 한다. 전통 예대사업 중심의 단순 지도·지원에 그치지 않고 개별 조합에 맞는 새로운 사업 방식과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농축협이 지역경제에 강점을 지닌 전문 금융기관으로 성장하는 일도 상호금융의 몫인 셈이다.

-농협이 농산물 유통 직거래를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은데.

△정부와 농협은 농산물 부가가치 제고를 위해 농촌에 많은 유통시설을 투자했으나 많은 이익이 도시의 유통기업에 귀속된 것 같다. 농가 조직화를 통해 유통시설 가동률을 올리고 교섭력을 높여 농협 유통사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그리 뛰어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부와 협력해 농산물 가격 안정체계를 구축하는 데도 한계를 보였다. 농산물 유통의 경우 현재 경기도 안성물류센터를 통해 이뤄지는데 지방의 농산물이 안성으로 집하되었다가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는 등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비자에게 신선한 농산물을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유통채널의 개혁이 필요하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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