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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평화유지군 아이 낳았는데…생계 위해 다시 성매매 나서는 아이티 소녀들

美 현지매체 "아이티 현지 인터뷰 결과 10명 중 1명 평화유지군 아이 임신"

성 착취 흔해, 음식·현금으로 성관계 맺는 사례 다수…양육 책임 안져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아이티에 파병됐던 브라질 군인들이 2017년 10월 포르토프랭스에서 해단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중미 대륙 최빈국 아이티에 주둔했던 유엔 평화유지군들이 어린 소녀들에 대한 성 착취를 일삼은 뒤 이로 인해 태어난 아이들을 버려두고 간 것으로 드러났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 등 외신은 새빈 리 영국 버밍엄대 교수 등 연구팀이 2004년에서 2017년 사이 아이티에 주둔했던 유엔 평화유지군 활동에 대해 현지인 2,500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 같은 성 착취가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뷰한 이들 열명 중 한명 꼴로 평화유지군에 의한 임신과 출산 사례를 증언했고, 남겨진 수백명의 아이들과 어린 소녀들은 낙인과 가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은 지금까지 평화유지군에 의한 수많은 성적 착취와 학대를 인정했으나, 가장 가난한 국가인 아이티에서 사례가 문서화된 것은 처음이다.

아이티의 한 14살 소녀는 기독교 학교에 입학했다가 평화유지군으로 온 브라질 군인과 관계를 맺은 뒤 임신했다. 군인은 아이를 책임지겠다 약속했지만 이후 브라질로 돌아가 다시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소녀는 임신한 후 집에서 쫓겨나 시급 25구르드(약 300원)짜리 일을 하며 4살된 아들을 키우고 있다. 브라질군과 유엔, 아이티 정부 누구도 그들을 도와주지 않았다. 이렇게 버려진 평화유지군의 아이들을 아이티에서 ‘프티 미누스타’라고 부른다. ‘프티’(petit)는 작다는 뜻의 프랑스어이고, ‘미누스타’(MINUSTAH)는 ‘유엔 아이티 안정화지원단’의 약자다.

이렇게 어린 소녀와 성관계를 맺고 소녀가 임신을 한 경우도 문제지만, 심지어 대가를 주고 관계를 맺거나 성폭행을 한 경우도 있었다.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아이티에 주둔했던 평화유지군은 11살짜리 소녀를 성 착취하기도 했다. 그들은 밥 한 끼를 주고 성관계를 하거나, 자신의 아이를 낳은 아이티 여성에게 500구르드(약 6천원)을 건네고 사라지기도 했다. 미혼모가 된 아이티 여성은 생계를 위해 다시 평화유지군과 관계를 맺기도 했다.



연구팀이 수집한 사례에서 아이를 버려두고 가버린 평화유지군의 국적으로는 브라질과 우루과이가 가장 많았다. 이 두 나라는 평화유지군 전체에서도 가장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인터뷰한 사람들 중 일부는 그러한 성 착취가 얼마나 흔한 일인지 강조했다”며 “음식과 적은 양의 현금으로 성관계를 맺는 사례가 많다”고 언급했다.

아이티 주둔 평화유지군의 성적 비행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2007년 아이티에 주둔한 스리랑카 국적의 유엔 평화유지군 100여 명이 9명의 아이티 어린이를 성적으로 착취한 사실이 2017년 AP통신 보도로 폭로됐다. 이들은 스리랑카로 귀환했지만 단 한 명도 기소되거나 처벌받지 않았다.

아이티에 본부를 두고 있는 변호사 모임 ‘BAI’(Bureau des Avocats Internationaux)는 평화유지군이 낳은 자녀 10명을 대신해 친자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2016년에도 유엔 관계자들에게 양육비 제공을 요구했으나 단 한명도 받지 못했다. 그들은 “유엔이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며 “유엔은 이러한 일에 대해 반응하지 않고 비협조적이며 필수적 증거 서류 등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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