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내각이 군비 증강과 자위대의 해외 파견에 나서며 해외 팽창에 대한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영유권 분쟁을 이어온 중국과도 군사 협력을 모색해 한국 여론의 우려를 더욱 사고 있다. ‘벚꽃 스캔들’ 논란으로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아베 총리가 국면전환을 위해 군사력을 과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012년 12월 2차 출범한 아베 내각은 매년 방위예산을 늘리며 군사력 증강을 추구하는 군국주의로 회귀하고 있다. 방위예산은 2003년 이후 10년 연속 감소했지만 2013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서더니 6년 연속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각의에서 올해 대비 1.1% 늘어난 총 5조3,133억엔(약 56조4,803억원) 규모의 내년도 방위예산을 확정했다. 내년도 방위예산을 세부적으로 보면 인건비·양식비가 2조1,426억엔으로 1.9% 줄어든 반면 무기류 등 물건비엔 3.6% 늘어난 3조1,708엔이 배정됐다. 예를 들어 F-35A 전투기에 탑재할 수 있는 합동타격미사일인 JSM 구매에는 136억엔이 책정됐다. JSM은 적국 위협 범위 밖에서 대처하는 이른바 ‘스탠드오프’ 방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라는 게 일본 정부 측 설명이지만 전력 보유를 금지한 헌법에 명백히 저촉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5월 중의원 답변에서 이 미사일 도입과 관련해 “전수방위 원칙에 따라 국민의 생명·재산과 영토·영해·영공을 지키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상자위대 관련 예산도 확대됨에 따라 해상자위대 호위함인 ‘이즈모’를 경항공모함(다용도 운용모함)으로 개조하는 사업이 내년부터 본격화한다. 일본은 2018년 12월 확정한 ‘중기 방위력 정비계획’(2019~2023)에 맞춰 실효적이면서 다차원적·통합적 방위력을 구축하기로 하고 이즈모형 호위함 ‘이즈모’와 ‘가가’ 등 2척을 전투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항모로 만드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에서 사들이는 F-35B 전투기를 경항모에 탑재해 원거리 작전 능력을 키우겠다는 것이 일본 방위성의 구상이다. 이 밖에 일본 주도로 추진하는 F-2 전투기 후속 기종 자체 개발 사업에도 약 280억엔이 배정됐다. 일본 정부는 항공자위대가 운용 중인 F-2 전투기가 은퇴하는 2030년대 중반부터 차세대 기종을 실전 배치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예산을 확대하는 동시에 해외에 자위대 파견을 꾀해 국제 사회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날 아베 총리는 도쿄 총리관저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해상자위대의 중동 파견에 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중동지역의 긴장 고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을 강력히 우려하고 있다”면서 “일본으로서는 지역의 긴장완화와 정세의 안정화를 위해 가능한 한의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일본과 관계가 있는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고 정부수집을 강화하겠다며 해상자위대 함정을 호르무즈해협에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여당 자민당과 공명당은 각각 당내회의에서 자위대의 중동 파견에 동의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공동 여당은 자위대 중동 파병이 ‘조사와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돌발 사태가 발생할 경우 무기를 사용해 선박 호위에 나설 수 있게 하는 자위대법상 ‘해상경비행동’으로 전환하도록 상정하는 것을 용인하기로 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안전보장 관련법이 2016년 시행된 이후 자위대의 첫 파병이 이뤄지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23일 각의결정을 통해 중동 호르무즈 인근 해협에 연내 자위대 초계기를 파견하고 내년 초엔 호위함을 보낼 전망이다. 다만 일본은 미국과 적대관계인 이란의 입장을 고려해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의 안전 확보를 이유로 결성을 이끈 ‘호위연합’에는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해상자위대를 중동에 보내려는 것은 정보 수집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란이 우려하는 미국 주도의 ‘호위연합’에 자위대가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할 것임을 강조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말을 받아 “일본의 (자위대 중동 파견) 의도를 이해하고 있으며, 투명성을 갖고 이란에 설명해 주는 점을 평가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아베 총리가 군사적 행보에 나서는 것은 ‘벚꽃 스캔들’로 불리해진 정치적 국면을 전환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교도통신이 지난 14~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 지지율은 42.7%로 전월에 비해 6.0%포인트 급락했다. 특히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3.0%로 지난해 12월 이후 1년 만에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를 기록했다. 지난달부터 아베 총리는 매년 초 총리 주최로 여는 ‘벚꽃을 보는 모임’에서 자신의 후원회 인사들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모임을 사유화했다는 논란으로 인해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자 여론의 시선을 외부로 돌려 국면을 뒤바꾸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마저 일본과 군사적 협력을 시도하고 있는 만큼 아베 총리의 해양 팽창 시도는 계속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본 방위상으로는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고노 다로 방위상은 지난 18일 베이징에서 웨이펑허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을 만나 자위대와 중국 인민해방군 간 교류를 확대하자는 방침에 입장을 같이했다. 웨이 부장은 회담을 시작하면서 “중국은 일본과 국방교류, 실무협력을 강화해 갈등과 이견을 타당하게 처리하고 건설적인 양자 안보관계를 적극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일본은 오키나화현에 두고 실효 지배하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 대한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분쟁을 벌여왔다. 고노 방위상은 이번 방중을 계기로 중국 측에 국방·방위 당국 간의 핫라인 개설 협의를 조속히 진행하자고 요청할 것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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