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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정부 주도 日 교육개혁의 교훈

박성규 국제부





“국가의 말대로 인재가 육성되지는 않는다.”

한국 못지않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일본에서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메이지 유신 이래 대개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아베 신조 정부의 대학 입시개혁안이 공정성 논란 등으로 잇달아 좌초되면서 정부 주도 교육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일본 정부는 2017년 5월 대학입학 센터시험(일본의 수능시험)을 폐지하고 2020년도부터 대학입학공통시험을 새롭게 도입하는 내용의 교육개혁안을 발표했다. 왕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경험중심 교육을 주요 골자로 하는 ‘유도리’ 교육이 2002년 시행됐지만, 공교육 질 저하로 중단되자 일본 정부가 신 인재 양성을 목표로 과감한 개혁안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유도리 교육과 마찬가지로 주관식 문제 출제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교육개혁은 반발에 직면했다.

50만명에 대한 채점을 20일에 걸쳐 끝내야 하기 때문에 채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주관식 채점에 명확한 평가기준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정부는 해법을 내놓지 못했고 결국 아베 정부는 최근 주관식 문제 도입을 전격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아베 정부는 지난달 초에도 대학 입시의 영어 과목 시험을 대신해 내년부터 시행하려던 민간시험 역시 전격 보류한 바 있다.



정부가 인재 양성을 위한 개혁에 나서는 것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라고도 볼 수 있다. 문제는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과정이다.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 대학은 논의과정에서 배제됐을 뿐 아니라 무비판적으로 정부의 정책을 추종했다.

실제 일본 국립대 82곳 중 78곳이 정부의 개혁안을 수용했다. 니혼게이자신문은 가장 책임이 큰 당사자는 의식 없이 국가에 추종한 대학이라며 이들은 철저히 수동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교육개혁안을 제시하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정부는 2028학년도 대입부터 논·서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육 의존도가 높은 논술전형은 폐지하면서 수능시험에는 논·서술형 문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당사자인 우리 대학 역시 일본 대학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교육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있지 않다.

“국가의 지시를 기다리는 대학에서는 지시를 기다리는 사람밖에 나오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대학은 주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일갈이 필요한 것은 일본만이 아니다.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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