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30일 검찰은 “수정안의 ‘독소조항’은 공수처를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보기관’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여야 ‘4+1 협의체’가 공수처법 최종안에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인지하면 공수처에 즉시 통보하는 조항(제24조 제2항)을 넣은 데 대해 재차 반발한 것이다.
대검찰청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검찰이 이 조항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고 합의도 했다”고 주장한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의 발언은 사실무근이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배포했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은 4+1 공수처법 합의안이 공개된 후에야 합의안에 범죄 인지 시 공수처 통보라는 독소조항이 포함된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며 “논의 과정에서 해당 조항과 관련해 검찰에 알려오거나 검찰의 의견을 청취 또는 협의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같은 독소조항을 통해 공수처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보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경이 인지한 고위공직자 관련 수사정보를 공수처가 독점하고 이를 토대로 수사 주체를 결정할 수 있게 돼 사실상 정보기관으로 군림할 수 있다는 우려다. 앞서 대검은 김도읍·여상규 의원실에 회신한 의견서를 통해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수사에 대한 사건 배당기관, 국가 사정기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돼 검경의 고위공직자 수사 시스템이 무력화된다”고 답변했다.
의견 조율을 담당했던 대검 기획조정부 정책기획과는 지난 24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4+1 수정안에 대한 소개글을 올리며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는데 결국 반영되지 않은 수정안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에 일선 검사들이 “앞으로 국민과 검찰이 기존의 검찰 역할을 많이 그리워할 것”이라는 댓글을 달며 우회적으로 상황을 비판하기도 했다. 수정안이 전격적으로 국회를 통과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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