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 미리 지정한 동·호수를 배정받지 못했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했다면 해당 계약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권모씨 등 경기 화성시의 한 아파트 조합원 23명이 A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계약 해제 및 계약금 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권씨 등은 지난 2015년 2월 A조합과 신축 아파트의 106동과 107동의 특정 호수에 입주한다는 내용의 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조합이 당초 목표로 했던 사업부지 일부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이듬해 1월 전체 세대가 1,121세대에서 1,041세대로 줄었고 106동과 107도의 신축이 무산됐다. 이에 조합원들은 “당초 분양계약과 달리 지정한 동·호수를 분양받을 수 없게 됐으므로 조합은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조합원들의 권익이 침해됐다며 계약 해제가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같은 단지 내의 같은 면적인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동과 향·층 등에 따라 수요자 선호도가 크게 차이 난다”며 “조합 측의 귀책 사유로 인해 분양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됐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당 계약이 정당하다며 조합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조합원들은 사업계획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단지 배치 등에 일부 차이가 발생하거나 계획이 변경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조합 가입신청서)를 작성했다”며 “지정한 동·호수 아파트를 공급 못 받게 됐다는 사정만으로는 계약이 위반이라거나 아파트 공급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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