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요기요 등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음식 배달원들이 연초부터 배달업체들을 상대로 근로조건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공세를 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일부 배달원의 근로자성이 인정되고 노조 설립도 성사된 데 이어 앱 업체에 단체교섭까지 요구한 상태다. 하지만 노동법상 이들을 비롯한 플랫폼노동 종사자들이 교섭할 사용자가 어딘지 모호한 실정이라 배달원들과 배달 앱 업체 간 논란과 갈등은 올해도 계속될 처지다.
음식배달원 노조 ‘라이더유니온’은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에서 ‘2020 배민을 바꾸자’ 기자회견을 열어 배달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에 배달수수료 등 불합리한 근무조건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업체가 일방적으로 배달료와 근무조건을 변경하고 배달원 간 차별적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며 “회사가 배달원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회사가 말하는 라이더의 현실과 실제 일하는 사람의 입장이 달랐다”며 “1등 업체가 바뀌면 업계 전체가 바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서 라이더유니온은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12월부터 매일 오후9시에 다음날 배달수수료를 공지할 뿐 아니라 배달 단가도 두 달 동안 급격히 삭감했다고 주장했다. 또 일반인 배송 서비스 ‘배민커넥트’ 라이더에 대해서는 자전거와 전동킥보드에 대한 보험 처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배달의민족에 대해 단체교섭 테이블에 나올 것을 압박하는 성격으로 해석된다. 라이더유니온은 지난해 12월13일 배달의민족 측에 안전배달료의 도입, 라이더 동의를 거친 근무조건 변경, 관제매니저·라이더 간 평등한 소통 보장 등의 사항을 내걸고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배달의민족 측은 아직 답변을 하지 않은 상태다. 라이더유니온은 지난해 서울시에서 노조 설립신고필증을 받아 적어도 서울시 내에서는 합법 노조다.
이들은 올해를 라이더유니온이 던진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며 계속적 이슈화를 예고했다. 음식 배달원을 비롯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플랫폼노동’은 지난해부터 이들 종사자의 근로자성 여부부터 시작해 대부분이 여전히 논쟁 속에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요기요 배달원 5명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렇게 종사자들을 근로자로 인정하면 플랫폼 업체에 붙는 추가 부담이 커져 ‘공유 경제’ 모델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어 노동법에 근로자·개인사업자 외 제3의 영역을 만들어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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